중국 정부 ‘일국양제’와 유사한 주장
러시아 편향 ‘우크라 종전안’ 닷새 만
대만 "민주주의 침해, 공부나 더 해라"
우크라이나 종전안 등 민감한 국제정치 현안에 대한 도 넘은 훈수로 비판받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또다시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엔 대만 통제권을 중국에 넘기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대만 국민의 반발을 샀다. 그의 경솔한 발언이 사업적 이익을 위해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대만을 위한 특별행정구역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그들(중국과 대만)이 홍콩보다 더 관대한 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중국 상하이 테슬라 전기차 생산공장 관련 질문에 답변하던 과정에서 나왔다.
중국이 홍콩을 ‘홍콩특별행정구’로 표기하듯, 대만도 ‘대만특별행정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8월 중국 정부가 발간한 대만백서에서 밝힌 ‘대만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구상과 일치한다. 3일 러시아 측의 주장이 다수 반영된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제안했다가 국제 사회 반발을 부른 지 닷새 만에 극도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중국과 대만 문제까지 꺼내든 셈이다.
‘세계 최고 갑부’의 한없이 가벼운 입에 대만 각계에선 거센 반발이 나왔다. 대만 여당 민진당은 “머스크의 견해는 대만의 국가 주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별 기업도 소유권을 농담으로 삼지 않는데 2,300만 대만인의 자유와 주권을 넘겨짚었다(왕팅유 민진당 의원)”거나 “머스크가 양안의 복잡한 관계를 더 공부해야 한다(천스중 타이베이 시장 후보)” 등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일단 ‘내정 문제’라며 발을 뺐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게 명확하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평화통일과 일국양제 기본 방침을 견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언급이 사업적 이해관계에서 나왔다는 해석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머스크가 중국에서 테슬라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해당 문제를 꺼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전기차와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상하이 공장은 회사의 최대 자동차 생산 기지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중국 정부 및 여론과 우호적 관계를 쌓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발언’이라는 얘기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관인 대륙위원회는 “머스크는 그저 기업의 투자 이익을 고려해 민주 국가를 전제 국가의 특별 행정구로 바꾸는 제안을 했다”며 “대만은 어떠한 상업적 거래의 산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만 정치권에서는 테슬라 불매 운동 제안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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