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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금 75억… 전속계약금 70억… '1타 강사' 돈잔치 씁쓸한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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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금 75억… 전속계약금 70억… '1타 강사' 돈잔치 씁쓸한 이면

입력
2022.10.11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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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타 강사에 매출 성패... 학원서 고소득 보장
계약 어길 땐 배상금 최소 수억에서 수십억
법원 "계약은 인정… 배상금은 너무 커" 감액
"위약금 대납 관행도... 거액 소송 계속될 것"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시스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시스

75억 원.

수능 국어 '1타 강사'(1등 스타 강사) 유대종씨가 서민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을 배상금으로 낼 위기에 처했다. 유씨가 2019년 경쟁업체로 무단 이적해 메가스터디에 끼친 손해를 갚으라는 1심 선고 결과에 따른 것이다.

유씨뿐만이 아니다. 수능 수학 1타 강사였던 우형철씨는 2018년 계약기간 도중 경쟁사로 이적한 대가로 이투스교육에 75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받았다. 공무원시험 한국사 1타 강사 A씨도 2017년 계약을 파기해 자신이 몸담았던 교육업체에 21억 원을 배상해야 했다.

1타 강사는 학원과 어떤 방식으로 계약하길래 배상금 규모가 이렇게 큰 걸까. 계약의 이면엔 1타 강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교육업체의 비정상적인 사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강사 이탈 막으려는 '당근과 채찍'

한국일보가 최근 6년간 학원과 유명 강사 사이에 벌어진 민사소송 22건을 분석한 결과, 학원이 허락 없이 경쟁업체로 이적한 강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대부분 승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사가 학원에 물어줘야 할 배상금은 수억 원에서 수십 억원에 달했다.

개인이 내야 할 배상금 액수가 어마어마한 이유는 특유의 계약 구조 때문이다. 학원은 강사와 계약할 때 '고소득 보장'이란 당근을 준다. 한 사교육업체가 지난해 학생 1,1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강의 선택 기준은 강사'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을 만큼 1타 강사가 학원 매출에 끼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학원에선 순매출액 기준으로 온라인 강의는 20~40%, 오프라인 단과 강의는 최대 50%까지 강사료로 지급한다. 소득이 수강생 규모와 정비례하는 탓에 수강생들이 몰려들면 강사는 큰돈을 만질 수 있다. 학원이 매출액 분배 대신 아예 거액의 전속계약금을 안겨준 사례도 있다. 우형철씨가 이투스교육에서 전속계약금 70억 원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6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학원에선 유명 강사 1명을 믿고 거액을 주기 때문에 계약을 어기면 '막대한 배상금'이란 채찍을 휘두른다. 배상금 산정 때 '높은 소득'과 연동시켜 안전 장치를 확보해 두는 것이다. 강사료 등 학원에서 받은 돈의 2~4배를 위약금으로 내라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일부 강사들은 여기에 월평균 온·오프라인 강좌 매출액에 잔여계약기간을 곱한 값의 2~4배에 해당하는 금액과 위약벌까지 물어주기도 했다. 위약벌은 계약을 파기한 상대방이 내야 하는 벌금으로 배상금에 포함된다.

메가스터디가 이를 적용해 계산한 유대종씨의 배상금은 492억 원에 달했다. ①유씨의 4년간 강사료가 72억 원에 달했고 ②유씨 강의로 인한 월평균 온·오프라인 학원 매출액이 4억 원을 넘겼고 ③남은 계약 기간이 36개월이라 배상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배상금 계약은 무효 아니지만 너무 과해"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법원은 학원이 강사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있다는 계약 구조를 부정하지 않는다. 학원이 애써 발굴한 강사가 경쟁업체로 떠나는 상황을 막으려면 고액의 배상금으로 심리적·금전적 압박을 주는 방법 말고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원이 요구한 배상금을 법원이 그대로 받아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공무원 시험 1타 형법 강사 B씨는 2017년 무단 이적 대가로 11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계약서에 따라 계산한 배상금에서 95%나 감액됐다. "강사가 남은 계약 기간을 무사히 마쳤을 경우 학원의 이익 대비 배상금 규모가 과하다"는 취지였다. 유대종씨도 같은 논리로 배상금이 492억 원에서 75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교육계에선 계약 파기로 인한 배상금을 감수하고서라도 강사들이 무단 이적을 감수하는 이유로 '위약금 대납' 관행을 꼽는다. 일부 사교육업체가 영입전을 펼치면서 "배상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강사에게 약속한다는 것이다. 실제 B씨는 이적한 업체가 배상금 대납 약정을 지키지 않자 소송을 제기해 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강사들의 '한몫 잡기'도 소송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사교육시장에 오래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강사가 1타로 발돋움해 돈을 더 벌어들일 기회는 쉽게 오지 않기 때문에, 업체와의 신뢰보다는 개인적 성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학입시에 '올인'하는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1타 강사 몸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들만의 '머니 게임'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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