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줘 감사하다”며 “사랑 받고 떠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야구 인생 점수에 대해서는 50점을 주며 “개인 성적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롯데의 우승을 못한 게 감점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이대호는 LG전을 마지막으로 22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감한다. 현역 마지막 경기는 ‘조선의 4번 타자’답게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다.
이대호는 두말할 필요 없는 프로야구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다. 은퇴 시즌에도 이날 경기 전까지 141경기에 나가 타율 0.332(4위) 23홈런(공동 5위) 100타점(공동 4위) 178안타(3위)를 기록했다. 롯데에서만 17년을 뛰며 통산 타율은 0.309에 374홈런 1,424타점 2,198안타 성적을 남겼다. 또 한미일 통산 2,894안타는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로 역대 최다 기록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지막 경기를 앞둔 소감은.
“떨리고 기대된다. 아쉬운 점도 있다. (팬분들이) 많이 찾아와줘 감사하다. 사랑 받을 수 있어 기쁘다.”
-야구장에 오기 전 가족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딸이 아파서 아침에 병원에 갔다. 딸도 긴장이 풀렸는지 감기가 걸렸다. 딸이 아파서 (은퇴를 앞두고) 슬플 시간이 없었다.”
-이제 정말 은퇴가 다가왔다. 실감이 나는지.
“은퇴투어를 하면서 실감은 하고 있었다. 오늘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빨리 왔다. 마지막 경기니까 좋은 결과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웃으면서 떠나겠다.”
-야구장으로 올 때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새벽부터 와주셨다고 하는데 감사하다. 경기가 있다 보니까 사인을 많이 못해드려 죄송하다. 야구 선수니까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보답하는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는지.
“그런 건 없다. 올해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좋아 홀가분하다. 우승하고 싶어서 한국에 돌아왔는데, 후배들에게 짐을 맡기고 도망가는 느낌이라 선배로서 미안하다. 떠나지만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노하우들은 통화나 사적으로 만나 얘기해주겠다.”
-이제 내일부터 경기가 없는데 무엇을 할 생각인지.
“은퇴식과 은퇴사를 준비하느라 잠을 못 잤다. 딸도 아프고 해서 설쳤는데, 집에서 그냥 푹 쉴 생각이다.”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기억 남는 경기가 많다. 국가대표 기억이 많이 남는데 처음 대표팀을 했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이 유독 생각난다. 성적이 안 났을 때 비난을 많이 받아 힘들었기 때문에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없을 때 그 허무함을 팬들에게 알아달라고 하지 못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 선수들 모두 이기고 싶어한다. 잘했을 때보다 못했을 때 응원을 더 많이 해주면 좋을 것 같다.”
-한국시리즈 우승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클 텐데.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우승했을 때 정말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우승이 꿈이었고 정말 많이 울기도 했다. 부산 팬들도 좋아해주지 않았을까. 그런데 결국 부산 팬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약속을 못 지켜 정말 미안하다. 후배들이 좀 더 노력해고, 구단도 과감한 투자를 해서 롯데 팬들이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세계에서 저를 응원해줘 감사하다. 마지막 인터뷰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찡하다.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떠나 행복하다.”
-은퇴 시즌에도 최고 활약을 펼쳐 자부심이 클 것 같은데.
“작년 시즌 끝나고, 정말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어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에 좋은 모습으로 떠나는 게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기회도 많이 오고 운이 좋았다.”
-이제 은퇴하면 언제쯤 사직야구장 편하게 올 수 있을까.
“잘 못 올 거 같다. 오면 눈물 날 거 같다. 스무살 때부터 20년 동안 있어서 야구장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 사직야구장에 오면 나도 모르게 유니폼을 입고 방망이를 들어야 할 거 같다. 야구하면서 에너지를 다 써 지금 많이 힘들다.”
-선배 최동원 옆에 등번호 10번이 롯데 구단 영구결번으로 새겨지는데.
“선배님으로 인해 야구를 시작했다. 선배님의 정신력을 후배들이 잘 안다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말하는 게 선수들은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프다고 쉬고 싶다고 쉬면 안 되고, 부상 당해도 안 된다.”
-롯데의 후계자를 꼽아준다면.
“그래도 한동희가 제일 잘하고 있고, 김민수도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다. 언제 갑자기 또 좋아질 지 모르고 잠재력도 충분해 기대 많이 하고 응원하겠다.”
-야구 인생을 보면 늘 도전이었다.
“일본에 갈 때도 도전이었지만 미국 갈 때는 다 내려놓고 갔다. 한국에 돌아올 때도 미국에 남을 수 있었지만 힘 있을 때 롯데에 와서 우승을 한번 하고 싶었다. 떠나는 게 지금 죄짓고 떠나는 기분이라 마음이 편하지 않다.”
-롯데에서 지도자 기회가 생긴다면 할 생각이 있는지.
“지금 코치들, 선수들과 동고동락 했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삼성 강민호 등 후배들이 인터뷰 할 때 울고 그랬는데.
“강민호는 삼성에 있으면 안 되는 선수인데…손아섭(NC), 강민호가 롯데를 떠났을 때 마음이 아팠다. 힘든 시절을 같이 겪었던 선수들로 여기까지 왔는데 롯데에 없다는 게 마음이 안타깝다. 민호도, 아섭이도 다른 팀에 갔지만 잘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잘하는 롯데 선수들이 다른 팀에 안 갔으면 좋겠다.”
-투수로 입단했는데, 혹시 마지막 경기에 나오는지.
“21년째 준비하고 있는데 될지는 모르겠다. 준비는 계속 하고 있다(웃음).”
-야구 인생 점수를 매겨본다면.
“50점이다. 개인 성적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롯데의 우승을 못한 게 감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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