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뮤직·밀리의 서재 '오디오 드라마' 제작
AI 목소리 배우·AI OST 편곡 기술 활용
KT "그룹사 미디어 가치 사슬 확대"
"인공지능(AI)이 OST 편곡을 했다고요? 감정 표현이 사람이랑 차이가 없던데요." (가수 이소정)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성공 신화를 쓴 KT가 그룹사 간 협업을 통해 제작한 '오디오 드라마'를 발표했다. 배우 오연서와 이수혁을 주연으로 내세웠고, 가수 이소정이 주제곡(OST)을 불렀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 드라마 제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KT 오디오 드라마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AI가 조연 배우들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AI 기술을 이용해 OST 편집까지 이뤄진 것. KT는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디지코) 전략의 핵심이 콘텐츠 사업인 만큼, 그룹사 역량을 한데 모았다.
"AI 배우가 조연 8명 목소리 연기"
6일 KT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지니뮤직 본사에서 오디오 드라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제작 발표회를 열었다. 오디오 드라마는 영상 없이 배우들의 목소리와 음악 등으로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음원 콘텐츠다. 과거 팟캐스트 등 음원 중심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KT가 오디오 드라마 사업을 강화한 배경에는 변화한 정보기술(IT) 환경이 있다. AI 스피커와 무선 이어폰 등 IT 기기 발달로 오디오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이번 작품은 KT그룹사 지니뮤직(음원 플랫폼)과 밀리의 서재(도서 구독 플랫폼)가 합작해 만든 첫 번째 오디오 드라마다. 밀리의 서재가 보유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지니뮤직의 AI 기술이 접목됐다. 우선 드라마 속 등장인물 19명 중 절반 가까운 8명의 목소리를 AI가 연기했다. 실존 인물의 목소리를 AI에 학습시킨 뒤, 대사를 입력해 연기에 활용했다.
이날 현장에선 가수 윤도현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AI 목소리가 "서점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두 사람을 보면 연인 같다"는 대사를 시연했다. 실제 윤도현의 목소리보다 톤은 조금 높았지만, AI 배우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쉽게 구별하기 쉽지 않았고, 억양이나 감정 표현도 실제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김정욱 지니뮤직 뉴비즈본부장은 "AI 목소리 기술을 쓰면 다양한 배우의 목소리를 카메오로 출연시킬 수도 있고, 다채로운 배역에 사용할 수도 있다"면서 "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경비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배우 오연서 역시 "누가 사람이고 AI 배우인지 구별해 보는 것도 재미일 것 같다"고 말했다.
AI로 'OST 편곡'…"미디어 밸류체인 강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OST 제작 과정도 특별하다. 2007년 발표된 가수 테이의 '같은 베개...'를 'AI 작곡가'를 통해 편곡한 것. 이날 현장에서 AI 음원편집 기술을 적용하자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와 드라마 분위기에 어울리는 멜로디로 편곡됐다. 특히 AI가 새로운 편곡에 알맞는 악기 구성까지 설정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박종원 주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음악에서 먼저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상 음원을 입히는 기술로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오디오 드라마 제작을 기점으로 미디어 사업 전반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할 계획이다.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스튜디오 지니부터 지니뮤직, 밀리의 서재, 주스 등이 더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콘텐츠 종류도 늘린다. 이번 오디오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김태형 밀리의 서재 콘텐츠사업본부장은 "독서 콘텐츠를 다양한 포맷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KT의 미디오 밸류체인 협업을 통해 확장성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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