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프랑스 여배우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1,000명 이상의 프랑스 영화인들이 "이란 여성의 반란을 지지한다"는 탄원서에 서명한 후, 프랑스 여배우들도 이란 여성 시위에 연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포문은 프랑스 대표 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열었다. 비노쉬는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낸 영상을 지난 5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며 '이란 여성과 남성의 자유권을 위한 연대'란 메시지를 남겼다. 영상에서 비노쉬는 "자유를 위하여"라고 외친 후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낸다. 이어 보란 듯이 잘라낸 머리카락을 카메라를 향해 흔든다.
몇 시간 후 이자벨 아자니도 '자유를 위한 머리카락(HairForFreedom)'이란 해시태그를 붙여 자신의 머리카락 자르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여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는 인스타그램에 이자벨 아자니, 줄리엣 비노쉬의 영상을 차례로 게재하며 자신의 머리카락 자르는 영상을 마지막에 올렸다.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3일 만에 숨진 이후, 이란 반정부 시위는 전 세계 159개 도시로 확산됐다.
특히 많은 여성이 시위 현장이나 온라인 영상에서 직접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연대에 나섰다. 이란에서는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의미를 담아 머리카락을 자르는 오랜 풍습이 전해진다. 여기에 최근 시위 도중 숨진 남성의 누이가 장례식에서 울면서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뿌리는 영상이 퍼지면서 저항과 연대의 의미를 담은 삭발 의식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전날에는 이라크 출신 스웨덴 유럽의회 의원인 아비르 알살라니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연설하면서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알살라니는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르드어로 "여성·삶·자유"라고 말하며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런던에서는 이란인을 포함한 2,500명의 인파가 트래펄가 광장에 집결했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한 이란 여성이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수백 명이 캄피돌리오 언덕에 모여 "여성·삶·자유"를 외치며 이란 시위대를 향한 지지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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