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던 골프를 그만 하려고 합니다.”
한·미 프로골프 투어 통산 15승의 ‘교과서 스윙’ 최나연(35)이 18년간 정들었던 필드를 떠난다.
프로 생활을 한지 어느덧 18년이 된 최나연은 5일 매니지먼트사 지애드스포츠를 통해 “제 인생의 전부였던,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던 골프를 그만하려고 한다”고 은퇴를 발표했다.
최나연은 20일부터 나흘간 강원 원주 오크밸리CC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작별을 알리고, 다음 달 11일부터 예정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을 은퇴 경기로 삼는다.
고교 1학년이던 2004년 11월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뒤 프로 무대에 뛰어든 최나연은 2008년부터는 LPGA 투어에서 뛰었다. 국내·외를 통틀어 통산 15회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에서는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시작으로 9승을 수확했다. 2010년 LPGA 투어 상금과 평균 타수 1위에 올랐고, 2012년에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마지막 우승은 2015년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이다.
최나연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윙 동작과 리듬감이 좋아 LPGA 투어에서도 ‘교과서 스윙’ 선수로 꼽힌다. 2016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설문 조사에서 LPGA 투어 선수 18%가 가장 멋진 스윙을 하는 선수로 최나연을 뽑았다. 최나연은 2014년에도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이 똑같은 질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6%의 지지를 받으며 1위에 오른 바 있다.
LPGA 통산 20승의 ‘살아 있는 전설’ 로라 데이비스(59·영국)는 최나연의 샷을 보고 “볼이 어떻게 매번 저렇게 똑바로 날아갈까”라며 감탄사를 쏟아냈을 정도다.
"우승하며 행복한 시간도 많았지만, 때로는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고 돌아본 최나연은 "많이 그리울 것도 같지만, 이제부터 또 다른 두 번째 인생을 신나게 살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상과 혹독한 슬럼프도 겪었던 최나연은 굴곡의 선수 생활을 되짚으며 후배들에 대한 응원도 전했다. 그는 "해외 생활을 하며 외국 선수들을 많이 사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영어가 익숙하지 못했고 낯가림도 있고 여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해외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는 늘 뒷전으로 미뤄졌다"며 "나의 동료들이자 친구였던 만큼 앞으로는 멀리서 꼭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길이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알기에 그들에게 마냥 힘내라는 말보다는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며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 아껴주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이미 당신들은 위대하고 대단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최나연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방송, 레슨 행사 등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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