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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메이킹필름 같은 소설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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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메이킹필름 같은 소설가 에세이

입력
2022.10.07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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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SF 대표 작가 김초엽 '책과 우연들'
노벨상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집필 과정과 작가의 세계관 등 읽는 재미
작가에게 한 발 더 가까이, 친밀감 느껴져


드라마·영화 팬에게 촬영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메이킹필름이나 코멘터리는 감독이 보내는 선물과 같다. 문학 팬에게는 작가의 에세이가 그렇다. 작가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면서 그의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소설가의 에세이 두 권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국적도 세대도 다르지만 문학을 깊이 사랑하는 소설가인, 한국의 젊은 작가 김초엽(29)과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60)가 쓴 에세이집이다.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의 김초엽(오른쪽) 작가가 첫 에세이집 '책과 우연들'을 냈다. 책과 우연들·김초엽 지음·열림원 발행·296쪽·1만6,000원. 열림원 제공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의 김초엽(오른쪽) 작가가 첫 에세이집 '책과 우연들'을 냈다. 책과 우연들·김초엽 지음·열림원 발행·296쪽·1만6,000원. 열림원 제공

"SF는 인간중심주의라는 오랜 천동설을 뒤집는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로 국내 대표 SF작가로 떠오른 김초엽의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에서는 그의 'SF 장르론'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장르를 쓰는 사람으로서 SF소설 그리고 문학에 대한 고민과 애정, 철학 등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작가는 "어쩌면 좀 과다하게 부풀려진 인간 존재의 중요성을 조심스레 축소해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는 점에서, 인간의 지각과 감각의 한계를 잠깐이라도 넘어 보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SF의 의미를 설명한다. 우리가 평소 매몰돼 있는 인간 외의 존재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환기 장치로서의 그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그것이 우리 안의 모순을 넘어 다른 세계(혹은 다음 세계)를 구상하는 데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친다.

대표작의 집필 과정 일화도 반갑다. 가령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에 등장하는 종말의 시대에 번성했던 식물 '모스바나'의 탄생기가 흥미롭다. 최대한 현실적인 설정을 위해 전에는 관심도 없던 온갖 식물 사진을 찍었다거나 식물 학명을 그럴싸하게 만들고 싶어서 '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 같은 책을 뒤적인 일. 작은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말레이시아 여행 에세이가 작품 속 주요 공간(프림 빌리지) 구상에 큰 도움이 된 기억. 독자가 소설을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하는 뒷이야기들이다.

'내 작가의 작가'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을 쓰며 나의 작업이 얼마나 이전의 책과 작품에 많이 빚지고 있는지를 거듭 생각했다"는 작가의 말을 증명하듯, 에세이 곳곳에서 작가가 읽은 책들이 소개된다.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십 대 '과학소녀' 시절 나의 바이블"로, 올슨 스콧 카드의 '당신도 해리포터를 쓸 수 있다', 이경희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은 SF장르 작가로서 고민을 함께 해준 책으로 소개된다.(책 말미에는 '김초엽의 우연한 책들'이란 제목으로 언급한 책 목록이 정리돼 있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오른쪽)의 에세이집 '다정한 서술자'가 국내에 처음 출간됐다. 다정한 서술자·올가 토카르추크 지음·최성은 옮김·민음사 발행·380쪽·1만5,000원. 민음사 제공 ⓒKarpati & Zarewicz / ZAiKS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오른쪽)의 에세이집 '다정한 서술자'가 국내에 처음 출간됐다. 다정한 서술자·올가 토카르추크 지음·최성은 옮김·민음사 발행·380쪽·1만5,000원. 민음사 제공 ⓒKarpati & Zarewicz / ZAiKS

'책과 우연들'이 작가의 성장기라면, 토카르추크의 에세이 '다정한 서술자'는 노숙한 작가의 무르익은 세계관으로 울림을 준다. 이 책은 그가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출간한 저서다. 그간 발표한 에세이와 칼럼, 강연록 중 열두 편을 작가가 직접 묶었다. 모두 '문학'과 '글쓰기'를 주제로 한 글들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그 과정에서 작가의 대표작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방랑자들' 등의 뒷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노벨상 수상 기념 기조강연 '다정한 서술자' 편에는 토카르추크의 문학관이 잘 정돈돼 있다. 그는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이라고 규정한다. 문학이 이 '다정함'에 근거해 우리와 다른 모든 개별적 존재를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의 보다 '종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완성된 문학이 우리를 세상의 본질에 더 가깝게 가도록 도와준다고 봤다. 에세이 첫 장('오그노즈야')에서 설명한 '엑스센트롬(Ex-centrum, 탈중심주의)' 사상 역시 이런 토카르추크 문학의 중심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40년 가까이 글을 써 온 작가는 현실이 문학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라고 판단하며 후배 작가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젊은 작가가 그랬듯) 문학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잃지 않는다. "문학에는 항상 일종의 이타심이 함께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저자로서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고,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뭔가를 쓰고 싶어 합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모든 좋은 책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킨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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