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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답하면 누군가를 돕는다' 스무살 지식IN을 만든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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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답하면 누군가를 돕는다' 스무살 지식IN을 만든 힘

입력
2022.10.08 04:30
수정
2022.10.08 11: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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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은 지식인…'신' 등급만 1만6,000명
신 등급 3인이 말하는 '나는 왜 답을 다나'
남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기쁨에서 시작
채택될 때 쾌감도…빨리 답 달기 위한 경쟁
등급 제도 갖춰 게임처럼 레벨 올리는 재미도


'학교에서 친구와 잘 지내는 법이 뭘까요?' 같은 고민 상담부터 '음음~음음. 이 노래 좀 알려주세요'처럼 엉뚱한 질문까지 쏟아지는 곳. 지식 교류 서비스 네이버 '지식iN(지식인)'이 7일 출시 20주년을 맞았다.

2002년 처음 선보인 지식인은 단순한 정보가 아닌 개인의 지식과 경험까지 공유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받으면서 네이버를 '국내 검색 1위' 자리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그동안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만 3억 건, 달린 답변은 5억 건이 넘는다.

지난해 11월에는 2007년 고2 남학생이 지식인에 '삶이 참 지루한데 재미있게 사는 법 없나요? 인생을 바꾸고 싶어요'라고 올린 질문이 14년 만에 답변이 채택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답변자인 고3 여학생은 마치 동생에게 조언하는 것처럼 정성껏 긴 답변을 남겼는데, 질문자가 32세가 되어서야 이를 확인하고 뒤늦게 최고 답변으로 뽑은 것이다. 질문자가 '질문을 남기고 지금 처음 봤어요. 하하. 답변 감사합니다'고 답을 달자 33세가 된 답변자도 '질문자님 14년 만에 뵙네요. 30대가 된 지금은 인생이 조금 더 재밌어졌을까요?'라고 남기면서 네티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이처럼 지식인이 20년 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배경엔 수많은 이용자들이 다른 사람의 질문에 마치 자기가 겪는 일처럼 공감하고 답을 달았기 때문이다. 질문자가 최고 답변으로 뽑은 것만 1,000건 이상이어야 될 수 있는 '신' 등급만 1만6,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질문자는 여러 답변 중 하나만 채택할 수 있다. 결국 질문자가 뽑지 않은 답변까지 감안하면 신 등급 지식인들은 수천~수만 개의 답을 단 것이다.

질문자의 선택을 받은 답변자는 '내공' 포인트와 네이버의 기부 플랫폼에서 쓸 수 있는 해피빈 콩 1개(100원)를 받는다. 답변자가 받는 금전적 보상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수천 개 넘는 답변을 단 이유는 뭘까? 신 등급 지식인 세 사람을 만나 그 이유를 직접 들어봤다.

①지식인 ID 'LifeTree'는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하는 사람이면 모를 리 없는 유명 인사다. 그는 지식인 최상위 등급인 '절대신'으로 2015년부터 7년 동안 마인크래프트 관련 질문에 무려 10만7,000건의 답변을 남겼다. 이 중 뽑힌 것만 8만3,000건에 달한다. 그가 쓴 '왜 마인크래프트를 해야 하는가?'라는 블로그 글은 부모를 설득하려는 초등생 사이에서는 꼭 읽어봐야 하는 글로 꼽히고 있다. 그 역시 40대 프리랜서로 자녀들과 게임을 하기 위해 처음 마인크래프트를 시작했다.

②20대 직장인 ID '지은'은 수학 분야 '은하신'이다. 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를 카메라로 찍어 이미지 형태로 질문을 달면, 그 위에 풀이 과정을 써 다시 이미지 파일을 올린다. 그동안 1만45건의 답변을 달아 7,628건이 최종 답변으로 선정됐다.

③고등학교 3학년생 ID 'IamRobot'은 학업과 지식인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로봇과 프로그래밍 언어 질문에 주로 답하는데 시험 기간을 빼고는 매주 20개 이상의 답변을 달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왜 지식인을 열심히 하는가'란 물음에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기부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에서 시작했다가, 여러 답변 중 내 답변이 뽑힐 때는 쾌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채택될 때마다 얻는 내공으로 등급이 올라가는 구조도 마치 레벨 올리기 경쟁을 하는 온라인 게임과 비슷했다.



어떻게 지식인을 하게 됐나?

9월 29일 지식인 '절대신' 등급 '라이프트리'가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9월 29일 지식인 '절대신' 등급 '라이프트리'가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라이프트리(라)=마인크래프트는 매뉴얼이 없어서 처음에 지식인에 궁금한 걸 물어봤는데 답변이 안 달렸다. 그래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미국 게임 커뮤니티에 접속해 영어로 된 정보를 일일이 해석해가면서 해결했다. 그러던 중 지식인이 나랑 똑같은 질문을 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답을 달아줬다. 어느 아빠도 나처럼 아이와 마인크래프트를 하고 싶은데 답답함을 느껴 지식인을 찾았다가 내 답변을 보고 해결했다는 댓글을 보고 뿌듯했다. 이후 내가 알게 된 걸 다른 이들과 적극 나누는 차원에서 (지식인을) 하게 됐다.

지은(지)=생명공학 전공이지만 수학을 잘 알고 답변도 잘 할 자신이 있어서 (지식인을) 하게 됐다. 이후 답변을 다는 것이 재밌어서 지식인 활동이 취미가 됐다.

아이엠로봇(봇)= 어릴 때부터 로봇에 관심히 많아 꾸준히 공부를 해왔는데, 10대들이 이런 주제로 얘기할 만한 커뮤니티가 사실상 지식인밖에 없었다.



금전적 보상이 없는데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지식인 ID '지은'이 수학 문제에 대해 답변을 단 모습. 네이버 캡처

지식인 ID '지은'이 수학 문제에 대해 답변을 단 모습. 네이버 캡처


이들은 신 등급까지 오르는 데 최소 2년 이상 매일 20~50개씩 답변을 했다. 길게는 며칠을 고민해 답을 다는 일도 있다고 한다.

라=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답변을 달아 채택됐을 때 쾌감이 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나한테 이득도 없는 활동을 한다는 생각 때문에 슬럼프가 왔다. 그러던 중 2015년에 각 분야별로 상위 5명씩 '분야별 지식인'을 뽑으면서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됐다.

누군가에게 그냥 곡괭이 질을 하라고 하면 힘들어서 오래 못하는데, 곡괭이질할 때마다 숫자를 세주는 기기를 달면 경쟁적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네이버 지식인도 매주 순위를 체크하고, 답변을 열심히 달 때마다 순위가 오르는 것을 보면서 더 적극적이다.

지= 질문자의 감사하다는 코멘트가 달리는 걸 보면서 힘을 내서 활동하고 있다. 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등급이 계속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낀다.

봇=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 때문에 활동하고 있다.

'해피콩'도 이들이 지식인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해피콩은 네이버의 기부 플랫폼인 해피빈을 통해 다양한 단체로 보내진다. 라이트트리는 "답변하고 받은 콩으로 750만 원을 기부했다"며 "내가 답변을 다는 것만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데 쓸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면?

네이버 지식인 출시 초창기 TV 광고 이미지. 네이버

네이버 지식인 출시 초창기 TV 광고 이미지. 네이버


라=마인크래프트를 하려면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허락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 많았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 이 게임이 얼마나 교육적이고 창의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지 설득하기 위해 각종 논문과 기사를 찾아 A4용지 8장짜리 글을 올렸다. 이 답변이 널리 퍼지면서 아직도 아이들로부터 "덕분에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감사 인사가 오고 있다.

봇=몇 년 전 대학생 질문자가 '졸업 작품을 만드는 데 아이디어 구현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올린 것이 있어서 답변을 단 적이 있다. 나중에 도움이 됐다는 답글을 달아줘서 좋았고, 신기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질문을 듣고 이런저런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내 자신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식인을 계속할 생각인가?

지식인 ID 아이엠봇이 코딩 관련 답변을 단 모습. 네이버 캡처

지식인 ID 아이엠봇이 코딩 관련 답변을 단 모습. 네이버 캡처


라=해피콩으로 1,000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것이 버킷리스트 1순위다. 또 이미 7년 연속 분야별 지식인 랭킹에 들었고 앞으로도 이어나가고 싶다.

지=답변을 달 수 있는 질문만 있다면 계속할 거다. 최고 등급인 절대신까지 가려면 30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도전해보려 한다.

봇= 성인이 될수록 전문가들을 위한 콘텐츠도 많고, 물어볼 때도 많다. 특히 대학에 가면 교수들과도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10대들은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가 별로 없다. 이들이 부담 없이 궁금한 것을 물어볼 공간이 네이버 지식인이다. 대학에 가더라도 꾸준히 지식인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앞으로 로봇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오픈 지식 토크의 원조...20주년 맞은 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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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만 수천개…이들이 금전 보상 없어도 지식인에 답변을 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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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늘 기자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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