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준(23) 9단이 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결승 첫 대국에서 1승을 선취하며 ‘10번째 명인’에 한 걸음 다가갔다.
신민준은 5일 경기 성남시 K바둑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결승 3번기 1국에서 ‘디펜딩 챔피언’ 신진서(22) 9단을 상대로 283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신민준은 역대 9명에만 허용됐던 ‘명인’ 반열에 오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반면 국내 랭킹 1위이자 지난 대회 우승자 신진서는 역대 5명(서봉수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만 가진 ‘명인전 연패’ 기록을 쓰는데 비상이 걸렸다. 신진서는 그러나 지난해에도 변상일 9단과의 결승에서 1국을 먼저 패하고도 2국과 3국을 연이어 승리하며 명인전 개인 첫 번째 우승이자 역대 9번째 명인으로 이름을 남겼기에 여전히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신민준은 이번 대회 승자조 8강에서 패한 뒤 패자조에서 5연승 하며 부활했다. 특히 패자조 결승에선 박정환까지 꺾으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 신진서는 ‘우승자 시드’를 받아 승자조에서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올랐다. ‘2012년 입단 동기간 대결’로 진행된 이번 대회 결승을 놓고 전문가들은 국내 일인자인 신진서의 우세를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실제로 둘은 입단 이후 네 번 결승을 치렀는데, 가장 최근이었던 지난 6월 쏘팔코사놀 결승에서도 신진서가 3승 1패로 승리하는 등 4전 전승을 거뒀다. 통산 상대 전적 역시 신진서가 26승 8패로 압도하고 있다. 신민준은 그러나 예상을 깨고 먼저 승리하며 2국에서도 날카로운 기세를 이어가게 됐다.
이날 대국은 초중반까지 팽팽했다. 신진서가 중반 우변 및 우하귀 싸움에서 거칠게 몰아붙이며 흐름을 잡는 듯했다. 신민준은 그러나 하변에서 이득을 보면서 균형을 맞췄고, 이어진 좌변 싸움에서 묘수를 찾아내며 승기를 굳혔다. 정두호 4단은 "신진서 9단이 좌변에서 응수 타진을 물었는데 신민준 9단이 이에 반발하면서 대국이 요동쳤다"면서 "신민준이 좌변에서 크게 이득을 봤고 이후에도 끝까지 침착하게 응수하며 흐름을 빼앗기지 않았다. 완승이었다"라고 분석했다. 신민준은 대국 후 “초반에 어려웠는데 좌하귀 전투를 유리하게 가져가면서 미세하게 앞선다고 판단했다”면서 “2국도 1국이란 마음 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진서는 “좀더 마음을 단단히 먹고 2국에 임하겠다”라며 반격을 다짐했다.
결승 2국은 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신민준이 승리하면 역대 10번째 명인 반열에 오르지만, 신진서가 승리하면 둘은 오는 10일 최종 3국을 벌인다. 한국일보와 한국기원이 주최하고 SG그룹이 후원하는 명인전의 우승상금은 6,000만원, 준우승은 2,000만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100분에 1분 초읽기는 3차례 주어진다.
한편, 신진서는 한국기원이 이날 발표한 10월 랭킹에서 1위(1만398점)를 유지, 34개월 연속 한국 바둑계 정상을 지켰다. 신민준은 5위에서 공동 4위로 한 계단 뛰어오르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 33개월간 2위였던 박정환(29) 9단은 3위(9,903점)로 밀려났고, 2위 자리엔 변상일(25ㆍ9,953점) 9단이 올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