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상 최대 규모 M&A…2.3조 투입
포쉬마크 이용자 8000만명 중 80%가 MZ세대
북미서 네이버 웹툰 등과의 시너지도 계획
주가 폭락·수익성 우려에 "지금이 오히려 투자 기회"
네이버가 북미 최대 패션 개인간 거래(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2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통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C2C 시장 공략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4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지분 100%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기업 가치를 주당 17.9달러(약 2만5,600원), 순기업가치 12억 달러(약 1조7,196억 원)로 평가했다. 총 인수 대금은 포쉬마크가 보유한 현금 5억8000만 달러(약 8,311억 원)를 포함해 16억 달러(약 2조2,928억 원) 규모다.
2011년 미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포쉬마크는 당근마켓과 인스타그램의 특징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용자(구매자)는 우편번호(ZIP code) 단위로 지역별 피드와 폴로잉을 구성하고, 자신이 폴로한 셀러(판매자)의 피드를 보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시글을 보고 제품을 살 수 있다.
美 MZ세대 사로잡은 스타트업…"인스타+당근마켓"
포쉬마크의 전체 이용자는 8,000만 명으로 미국 C2C 기업 중 가장 많다. 특히 이 중 MZ세대가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접속 시간도 25분을 넘는다. 2021년 말 기준 구매자 760만 명과 판매자 560만 명이 활동 중이고, 커뮤니티 활성 사용자 수도 3,700만 명에 이른다. 이에 포쉬마크는 2018년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가 뽑은 '넥스트 빌리언 달러 스타트업'(Next Billion Dollar Startup)에 이름을 올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입하고 싶은 제품을 검색하는 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자기가 관심 있는 판매자를 팔로어하고 판매자는 자신의 옷장을 공개하는 등의 소셜 활동을 펼치는 방식"이라며 "C2C 플랫폼이면서 체류 시간이 거의 웹툰이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만큼 나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C2C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커머스 시장에서 개인 사이에 이뤄지는 중고 거래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 규모는 2021년 960억 달러(약 137조1,000억 원)에서 2026년 2,180억 달러(311조3,500억 원)로 127%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패션 시장보다 세 배 빠르다. 특히 북미의 전체 패션 시장 대비 중고 패션 시장은 8배나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물가 상승 때문에 주머니는 가벼워진 탓도 있지만, 환경 이슈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 성향을 감안하면 추가 성장 가능성은 높다. 네이버는 지난해 스페인 C2C 업체 '왈라팝'을 1억1,500만 유로(약 1600억 원)에 인수했다. 왈라팝은 시장 점유율 63%로 스페인 시장 1위 중고거래 사업자다.
네이버가 포쉬마크를 사들이면서 미국 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를 발판으로 미국 현지에서 웹툰, 웹소설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커머스를 연결해볼 계획도 있다. 포쉬마크 역시 네이버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경기 침체 시점에 대형 투자 우려…"중장기 성장 위한 결정"
다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이 시점에 대규모 투자가 적절한지를 놓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날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도 '적절한 매수 시점이었는지',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묻는 이들이 많았다. 네이버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16.4%로 전년 대비 4%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네이버 주가 역시 이날 8% 이상 떨어지면서 올 들어 가장 낮은 기록을 경신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장기적 성장을 희생하면서 수익만 챙기는 전략만 고수할 순 없다"며 "지금이 오히려 좋은 회사를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매력적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6억 달러에 새 주인을 찾은 북미 유명 C2C 업체 디펍(depop)은 당시 매출 규모가 포쉬마크의 5분의 1도 안되는 작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좋은 가격에 인수했음을 강조한 것.
최 대표도 "통상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시너지가 날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가 약세인 경우가 많다"며 "이번 딜에 대해 해외에서는 합리적 가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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