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보호 위해 최루탄 발사" 경찰 해명 반박
인니 경찰청장·체육부 장관 현장서 진상 조사
인도네시아 축구장에서 125명의 관중이 사망한, 일명 '칸주루한 참사' 원인은 알려진 것과 다르게 경찰의 과잉 진압 때문이라는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최루탄 발사 이유로 지목한 '관중들의 선수 폭행'에 대해서도, 해당 축구팀 감독은 "관중들에게 위협을 받지 않았고 경찰이 무리하게 폭력을 사용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오히려 경찰을 비난했다. 정부는 경찰청장과 체육부 장관을 현장에 급파, 서둘러 진상을 파악하기로 했다.
"팀 의료진이 팬 응급치료… 경찰 대응 도 넘어"
3일 안타라통신 등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하비에르 로카 아레마 FC 감독은 전날 스페인 언론 '카데나 세르'와의 인터뷰를 통해 참사 당시 현장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로카 감독은 "경기에 진 이후 라커룸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 팀의 누구도 팬들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경기장 밖 상황도 방송 인터뷰를 한 뒤 뒤늦게 합류한 선수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동부자바주(州) 말랑의 칸주루한 스타디움을 관리했던 경찰 측이 전날 "아레마 FC 팬들이 선수들을 공격해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 진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로카 감독은 이어 "뒤늦게 상황을 알고 경기장에 가보니, 우리 팀 의료진이 부상한 약 20명의 피해자들을 응급치료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들 중 4명은 (의료진과 함께 있던) 선수들의 품에 안겨 결국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최루탄 발사 이후 팬들이 아레마 FC 관계자와 경찰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이어갔다"는 경찰 측 해명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로카 감독은 참사의 책임이 경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과잉 반응을 보인 경찰은 경기장 내 돌발 사태 발생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다른 방법이 있었음에도 경찰이 최루탄을 먼저 사용한 것은 분명 도를 넘은 행동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가피한 선택" 변명 일관하는 경찰
경찰의 과잉 진압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는 경찰청장과 체육부 장관을 현장에 급파해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리스토 시짓 브라보우 경찰청장에게 "참사 책임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칸주루한 스타디움에 도착한 브라보우 청장은 이날부터 경찰 진압 방식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두지휘한다. 자이누딘 아말리 청소년체육부 장관도 참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말리 장관은 경기장 시설관리 부서와 축구협회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조사가 본격 시작됐지만 경찰 당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이날도 "이번 참사는 아레마 FC 팬들의 '폭동'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경찰은 수천 명의 팬들을 관중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준 칸주루한 참사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시민은 125명이며, 이들 중엔 부모와 함께 축구 경기를 보러 온 어린이 3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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