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법인 SK팜테코
"지난해 매출 8,300억 원, 글로벌 5위 규모 성장
세종 공장 3번째 모듈 증설..사상 처음 언론에 공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하는 건 잘 알려졌는데, SK는 베일에 싸여있는 것 같다. 그동안 주로 해외에서 마케팅했기 때문이다."(유용채 SK바이오텍 경영기획실장)
그동안 SK의 CDMO 사업은 왜 경쟁 회사보다 덜 알려졌을까. 지난달 29일 세종시 명학산업단지 내 SK바이오텍 세종공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 등장한 임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려고 온 힘을 다했다.
바이오 회사가 좀처럼 생산 시설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깨면서까지 마련한 이날 자리에 김연태 SK㈜ 바이오투자센터 CMO 그룹장, 엄무용 SK바이오텍 생산부문장, 유용채 SK바이오텍 경영기획실장, 김형준 SK㈜ 홍보(PR) 부사장 등 임원만 네명이 출동했다.
그동안 조용히 몸집을 키우고 기술력을 갈고 닦은 SK의 CDMO 통합 법인 SK팜테코(SK바이오텍 모회사)가 지난해 약 8,300억 원 매출을 올리고 글로벌 5위 규모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SK가 바이오 사업 분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며 꺼낸 핵심 전략은 세 가지. 먼저 ①후발주자로서 미국·아일랜드·프랑스 등 해외 기업 M&A로 몸집을 키우고 ②SK의 정유사업 노하우인 저온연속공정을 바이오 분야에 적용해 안전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등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 또 ③SK㈜ 바이오투자센터를 통해 신약개발(SK바이오팜)과 CDMO(SK팜테코) 양대 축을 세우고, 지주회사는 다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잘 알려진 SK디스커버리의 손자 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라는 '든든한 우군'과 협업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큰 가마솥에 원료 넣으면…중력 따라 의약품이 '뚝딱'
특히 이날 유독 많이 언급된 건 커다란 설비(반응기) 안에서 모든 단계별 반응이 일어나는 저온 연속 공정이다. 이는 반응기(reactor)라 불리는 8,000~1만 리터(L)짜리 대형 스테인리스 가마솥에 원료를 한꺼번에 부으면, 중력을 따라 수직으로 내려가는 동안 각각 다른 온도와 지나는 쇠파이프 너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해 아래서 제품이 '뚝딱' 나오는 원리다. 바이오기술은 정유기술보다는 훨씬 고도화됐지만, 쉽게 비유하면 원유를 넣은 뒤 온도차와 압력차를 이용한 증류를 거치면 휘발유부터 경유, 등유, 아스팔트를 차례로 뽑을 수 있는 정유 공정과 닮았다.
영하 70도~영하 20도 사이 온도로 맞춰진 이 커다란 스테인리스 가마솥에 액상 또는 가루 원료를 배합 비율에 맞게 흘려보낸 뒤 관 모양 설비에서 저온 연속 반응을 통해 추출, 농축, 결정화를 거치면 제품이 건조돼 포장된다.
유용채 SK바이오텍 경영기획실장은 "4층에서 원료를 넣으면 거대한 쇠파이프 기둥 안에서 연속 공정이 일어나는데 이때 SK바이오텍의 핵심 기술인 연속촉매수소화반응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반응기는 위·아래층 천장과 바닥을 뚫고 아래로 연결됐다.
여러 원료가 한꺼번에 들어가면 화학 작용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저온연속공정은 화학 물질이 아주 작은 파이프 라인을 지나가게 해서 일정한 부피 안에서만 반응시켜 공정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국내 1위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 등 정유 부문에 강점을 가진 SK가 안전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노하우를 의약품 생산에 적용했다.
"CDMO 본거지 미국에 본사"...바이든 '바이 아메리칸'에 대비
회사 측은 생산 중인 제품 이름은 고객사 요청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김 그룹장은 "CDMO 사업 특성상 수주 공시를 할 수 없어 고객 관계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주를 많이 했고 장기 계약 제품도 늘어 보통 8월쯤 예측할 수 있는 연간 매출 계획 달성 여부를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의 모회사 SK팜테코가 본사를 CDMO의 본거지로 불리는 미국에 둔 것이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을 비롯한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비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 의약품도 자국에서 생산한 원료 등을 우선 쓰게 해도 문제없다는 자신감이다.
황근주 대표는 "2015년 회사를 세우고 CDMO 사업에 진출한 이후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추구한 결과 미국, 프랑스, 아일랜드에 첨단 바이오 의약품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M4 준공을 통해 생산 역량을 400㎥로 확대하고, 글로벌 대표 CDMO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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