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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큰 가마솥에 원료 넣으면 끝...정유 공장서 아이디어 얻어 의약품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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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큰 가마솥에 원료 넣으면 끝...정유 공장서 아이디어 얻어 의약품 만들다

입력
2022.10.04 12:00
수정
2022.10.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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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처음 공개된 SK바이오텍 세종공장 가봤더니
정유공장서 쓰는 '저온연속공정' 활용해 의약품 제조
해마다 주문량 늘어 M3 증설이어 M4도 준비 중

SK바이오텍 관계자가 세종공장에서 생산된 최종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SK바이오텍 관계자가 세종공장에서 생산된 최종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세종시 명학산업단지 내 SK바이오텍 세종공장에선 당뇨병, 역류성식도염, 중추질환 치료제 등 부가가치가 높은 원료 의약품을 만들어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갈 수출 물량 처리가 한창이었다.

이 회사는 2015년 이후 글로벌 제약사의 발주량이 해마다 약 20% 이상 늘어 2020년 공사를 시작해 560억 원을 투자해 지은 세 번째 모듈 M3 문을 지난달 열었다. 기존 약 190㎥였던 생산 역량은 이번 증설로 약 290㎥ 규모로 50% 이상 늘었다. 이는 원료 의약품을 해마다 150만 톤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네 번째 모듈(M4)도 내년 증설을 목표로 설계 중이다. 규모는 8만3,700㎡(약 2만5,320평). 축구장 10, 11개 정도 크기다.

SK㈜는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국내 생산 역량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손자회사 SK바이오텍을 통해서다. SK바이오텍은 SK㈜의 글로벌 CDMO 통합법인 SK팜테코의 한국 자회사다. SK㈜는 SK팜테코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문진표부터 덧신·가운 2개씩…엄격한 보안·안전 체계


SK바이오텍 세종공장 전경. SK바이오텍 제공

SK바이오텍 세종공장 전경. SK바이오텍 제공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된 SK바이오텍 세종공장은 △원료보관소와 △제조동 △품질관리동 등 3개 모듈(모듈에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전체 공정이 이뤄진다)로 이뤄졌다.

견학에 앞서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위생관리 문진표'부터 썼다. 모듈 안으로 들어갈 땐 중환자실 방문객처럼 가운, 헤어캡, 덧신을 착용했다. 제조동 공장 내 모든 시설은 한쪽 문을 닫아야 반대편 문을 열 수 있게 감압시스템이 통제해 공장을 대략적으로 둘러보는 것만 두 시간이 걸렸다. M3가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도록 이날은 배치와 규모가 M3와 쌍둥이처럼 똑같은 M1을 둘러봤다.



①원료보관소

SK바이오텍 관계자가 물류창고 상온 저장고에 원료를 쌓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SK바이오텍 관계자가 물류창고 상온 저장고에 원료를 쌓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원료를 실은 차량이 보관소 철문으로 들어서면 공장 내 팔레트로 옮긴다.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 뒤 샘플을 뽑아 연구실로 보낸다. 그다음 원료 성분을 라벨에 써 붙이고, 각 성분을 보관하기에 적절한 온도에 따라 해당 층으로 옮긴다.

4층은 2~10도 상온 보관실로, 2, 3층은 영하 10도 이하 냉동 보관실과 2~8도 냉장보관실로 쓰인다. 각 보관실에는 원료가 담긴 커다란 원통이 3층짜리 철제 선반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각 CMO에 필요한 원료에 따라 보관통의 색이 다르다. 통에 붙어 있는 바코드로 원료를 관리한다.

의약품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공장 내에서 직접 정제해 쓴다. 상·하수도 관처럼 생긴 커다란 파이프를 통해 전 처리 및 제조를 거쳐 각 공장으로 분배된다. 정제수는 시간당 2,000리터(L)까지 생산할 수 있다.



②제조동(작업소)

SK바이오텍 엔지니어가 연속반응 설비를 사용해 작업하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SK바이오텍 엔지니어가 연속반응 설비를 사용해 작업하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합성 신약의 원료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은 '중력'을 활용했다. 4층에서 물과 원료를 배합 비율에 맞게 집어넣으면, 3층과 2층으로 반응물이 옮겨져 합성 반응을 일으켜 1층에서 제품이 나오는 구조다. 걸러내고 씻고 말리는 일은 맨 아래에서 이뤄진다.

첫 번째 단계인 '원료 투입'에서 쓰이는 기술은 '저온연속 반응'. 정유사업에서 사용하는 연속 증류 기술을 바이오 기술에 맞게 적용해 가느다란 파이프에 원료 물질을 흘려 보내는 원리다. SK바이오텍이 특히 자랑을 많이 했는데, 이 시스템에선 커다란 가마솥 모양의 설비(반응기) 안에서 모든 반응이 일어난다. 보통 여러 원료가 한꺼번에 투입되면 화학 작용이 일어나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이 회사는 이 점을 막기 위해 아주 좁은 파이프 라인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일정한 부피 안에서만 반응을 하게 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영하 70도~영하 20도 사이 온도로 맞춰진 이 커다란 스테인리스 반응기에 액상 또는 가루 원료를 넣은 뒤 배관 형태의 설비에서 저온연속반응을 거쳐 추출, 농축, 결정화를 거치면 제품이 건조돼 포장된다.



③품질관리동

SK바이오텍 세종공장에 설치된 회분식 반응기(Batch Reactor) 상부.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세종공장에 설치된 회분식 반응기(Batch Reactor) 상부. SK바이오텍


2층 높이의 품질 관리동에선 원료 보관소에 들어 온 샘플 원료의 품질을 확인하고, 제조동에서 이뤄지는 의약품 제조 과정 전반을 검사한다. 이날 기자들이 품질 관리 실험실에 들어서자 한 연구원이 20㎝는 족히 넘어 보이는 스포이드로 비커와 바이알에 시료를 한 방울씩 담으며 품질을 따져보고 있었다.

윤소영 SK바이오텍 수석매니저는 "이곳에선 물질의 성분을 분리해 분석하는 크로마토그래피 방식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물질의 특성에 따라 기체 방식의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와 액체 방식의 액상 크로마토그래피로 나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 당국이 정한 대로 따라야 한다.

같은 의약품이라도 유효 기간은 각국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안정성 시험용 검체 보관실'에 있는 대형 냉장고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달리해 여러 나라 환경에 맞는 유효 기간을 실험하고 있었다.

치료를 위해 먹는 약품이 깨끗해야 하는 건 상식. 기준이 엄격한 만큼 연구원들이 이곳에 들어갈 때는 한 번 더 소독을 해야 한다. '미생물 탈의실'에선 표면에 묻어 있을지 모르는 균이나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균 등을 배양시켜 환경 기준에 맞는지 모니터링한다.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거절(reject)'당하면 해당 의약품은 모두 폐기처리된다.

황근주 SK바이오텍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M4 준공을 통해 생산 역량을 400㎥로 늘리고 글로벌 대표 CDMO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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