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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이노키

입력
2022.10.02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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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을 통해 방북길에 나선 유명 프로 레슬러 출신인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키 참의원이 2014년 1월 13일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평양으로 향하기 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날 친선농구팀을 이끌고 방북했던 NBA 스타 로드먼은 북한에서 나와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노키 의원은 북한 고위 인사를 만나는 등 스포츠 교류 촉진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을 통해 방북길에 나선 유명 프로 레슬러 출신인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키 참의원이 2014년 1월 13일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평양으로 향하기 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날 친선농구팀을 이끌고 방북했던 NBA 스타 로드먼은 북한에서 나와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노키 의원은 북한 고위 인사를 만나는 등 스포츠 교류 촉진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프로레슬링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안토니오 이노키(본명 이노키 간지·猪木寬至)의 필살기는 ‘엔즈이기리(延髄斬り)’였다. 우리말로 ‘연수베기’라 부른다. 연수는 촉수 뒷목덜미에 있는 급소. 190㎝의 큰 키와 잘생긴 얼굴에 긴 턱, 115kg의 거구가 점프해서 발등으로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가 직접 개발한 기술이다. 또 하나는 ‘만지카타메(卍固め)'. 한쪽 다리로 상대의 다리를 옭아매고, 자신의 나머지 다리를 상대 목에 걸면서 상대의 한쪽 팔을 겨드랑이로 조이는 테크닉이다. 문어가 감싸는 것처럼 보여 ‘옥토퍼스 홀드’로도 불린다.

□ 그는 특유의 쇼맨십으로 흥행을 몰고 다녔다. 1976년 도쿄에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 벌인 ‘세기의 대결’은 14억 명이 TV로 지켜봤다. 이노키는 시종일관 누워서 알리의 다리에 킥을 시도했고, 알리는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만 해 ‘세기의 졸전’이 됐다. 알리가 “누워서 돈버는 놈은 창녀와 이노키밖에 없다”고 하자, 이노키는 “누워있는 창녀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놈”이라고 응수했다. 이노키는 훗날 로프터치나 그레플링(상대를 잡아 던지는 것), 허리 위 타격 등이 금지돼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토로했다. 압도적으로 유명한 알리 쪽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그의 유행어는 “겡키데스카!(元気ですか·건강합니까)”였다. 정계진출 후 국회 발언 때도 이 말부터 시작했다. 큰 목소리로 갑자기 외쳐 의원과 각료들을 깜짝 놀라게 한 뒤 “원기가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원기가 있으면 질문도 할 수 있다”고 반복한다. 긴장한 여야 의원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지기 마련이다. 그의 선거구호에는 “국회에 만지카타메!” “소비세에 엔즈이기리!” 등 주로 레슬링 용어가 동원됐다.

□ 1970년대 김일과 명승부를 펼친 이노키가 1일 7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박치기 왕 김일, 괴력의 거구 자이언트 바바와 함께 ‘역도산의 3대 제자”였다. 스승 역도산의 고향인 북한을 자주 방문해 일본에선 꺼리는 ‘친북인사’였다. 투병 중인 김일의 말년을 문병하는가 하면 경기 광주 ‘나눔의집’ 위안부 할머니를 위로 방문 한 풍운아이자 ‘의리 있는 사나이’가 이젠 가고 없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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