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시대혁명' 13일 개봉
홍콩 시민 민주화 시위 입체적으로 담아
홍콩에 드리운 중국이라는 '암운' 드러내
2019년 홍콩은 민주화 시위로 한 해를 보냈다. 거리는 우산과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로 물결쳤고, 경찰은 폭력적 진압으로 민주화 파도에 맞섰다. 방아쇠는 중국 홍콩특별행정구가 추진한 탈주범 조례 개정이었다. 홍콩 범죄자에 대해 중국 송환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개정안이었다. 홍콩 범법자를 얼마든지 중국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되자 홍콩 시민들은 반발했다. 영국이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며 제시한 일국양제 시행에 위배되는 조치였고, 민주화 요구 목소리를 틀어막으려는 움직임이었다.
뉴스에 어느 정도 관심을 두는 이들이라면 대략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해 홍콩에서 일어난 일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다큐멘터리 영화 ‘시대혁명’은 단면만 비춰졌거나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홍콩 민주화 시위를 입체적으로 전한다. 시위의 시작과 진행, 종결이 152분 동안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영화는 시위에 참가한 여러 홍콩 시민의 영상물을 활용했다. 시위 현장의 긴박하고 아찔한 순간들이 담긴 영상들이다.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의회) 건물을 점거한 모습, 시위대가 ‘물이 되라(Be Water)’는 시위 작전에 따라 물처럼 모였다가 물처럼 흩어지며 체계적으로 경찰 진압에 맞서는 장면 등이 나온다. 흰색 티셔츠를 입고 시위대에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괴한들의 출현, 홍콩이공대에서 농성 시위를 펼치다 경찰 봉쇄 작전에 무너진 시위대의 최후도 눈길을 잡는다. 도망치는 시위자를 쫓는 경찰의 모습을 드론 촬영을 통해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 등 극영화가 연출해낼 수 없는 소슬한 순간을 포착한다. 시위가 지속되면서 늘어나는 의문사와 성폭력 피해 사례를 주목하기도 한다. 영화는 이런 장면들을 통해 홍콩에 드리운 중국이라는 암운을 가리킨다.
영화를 지배하는 정서는 민주화에 대한 열정이다. 환희가 가끔 끼어들고, 탄식이 종종 섞이며 패배감이 화면을 장악하기도 한다. 중국과는 별개인 체제와 민주화라는 불가능한 목적지에 다다르고 싶은 홍콩 시민의 피와 땀과 눈물이 스크린에 배어난다.
증언에 나선 한 홍콩 시민이 쓴 모자가 인상적이다. ‘버린 자식’이라는 한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홍콩은 중국이 외면한 자식 같은 존재라는 비감이 담겨 있으면서도 중국과 연을 끊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영화는 중국과 홍콩에선 상영할 수 없다. 14억 명 넘는 인구가 법적으로 관람 불가다. 중국 당국이 명시적으로 상영금지 조치를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위대가 외쳤던 구호 ‘광복홍콩, 시대혁명’의 사용은 불법이다. 구호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 역시 법에 위배되니 상영 자체를 생각지도 못한다.
2021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세계 첫 상영됐다. 당시 칸영화제는 상영 전날까지 이 영화 공개를 극비로 다뤘다. 중국의 방해가 우려돼서다. 같은 해 대만 대표 영화상인 금마장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감독은 저우관웨이(周冠威)로 유일하게 신분을 알린 이 영화 제작 관계자다. 자기검열을 할까 봐 자신만 이름을 알리고 연출 작업을 했다. 여러 감독들이 영화화하려다 포기한 시위 관련 영상물들을 저우관웨이 감독에게 제공해 힘을 보탰다고 한다. 제작자는 ‘홍콩인들(Hong Kongers)’로 표기됐다. 증언자로 나온 홍콩 시민 대부분은 가명에 얼굴을 가리고 음성을 변조했다. 중국 당국의 처벌과 보복이 무서워서다. 15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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