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노동자 44.2%, 공휴일도 평일처럼 근무
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저임금... 유급휴일 적용↓
근로기준법 적용 면해 수당·휴식 없어도 무방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적용해야"
"회사 월중 계획을 보니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추석연휴 등 빨간 날이 모두 '연차 대체'로 표기돼 있습니다. 동료에게 물었더니 오래전부터 이렇게 했다고 합니다. 연차가 모자라면 내년 연차에서 차감한다고 하고요. 빨간 날은 공휴일이 아닌가요?"
직장인 A씨
이달 들어 2주 연속 3일 연휴가 이어지고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44.2%는 수당이나 휴식 없이 평일처럼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사업장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인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권리 침해가 계속되고 있어 근로기준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쉬고 있다'는 응답이 63.6%였다. '근무하지만 휴일근무수당을 받는다'는 응답자는 14.2%, '평일과 동일하게 일한다'는 직장인은 22.2%였다. 올해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은 대체휴일을 포함한 법정공휴일을 유급휴가로 인정받아 쉬거나, 일을 할 경우 휴일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5인 미만 사업장'... 44.2% "공휴일=평일"
조사에 따르면 △상용직이거나 △직장규모가 크고 △고임금일수록 법정 공휴일에 돈을 받고 쉬는 이들이 많았고, △비정규직 △저임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수당·휴식 없이 평일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중 평일처럼 일한다고 답한 사람은 44.2%였는데, 법정공휴일에도 수당 없이 일한다고 답한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14.9%)의 3배에 육박했다. 또 월급이 150만 원 미만인 노동자는 51.4%가 수당·휴식 없이 일한다고 답해, 월급 500만 원 이상 노동자(5.5%)의 10배에 달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빨간 날'에도 쉬지 못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유급휴일은커녕 연차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중 '유급 연차휴가가 없다'는 응답이 46.1%,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응답이 10.3%였다.
대표 포함 직원이 4명인 회사에 다니는 B씨는 "연차가 없어 몸이 아파 출근하지 못하면 하루 일당을 깎는다"면서 "오전 9시~오후 6시인 근로시간은 지켜진 적이 없고 주말 출근, 새벽 근무, 공휴일·명절 연휴에도 출근해 일했지만 수당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작은 사업장일수록 산업재해, 괴롭힘, 해고, 휴가 미보장 등 노동기본권 침해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악용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등 법을 피해가려는 사업주의 시도가 끊이지 않는 만큼,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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