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등 5개 외신과 화상 인터뷰
"디지털 기술로 편리함 실감할 수 있도록"
한국과 디지털 협력 강화 의사도 밝혀
“플로피디스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War on floppy disks).”
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담당장관이 지난달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컴퓨터 외부 저장장치인 플로피디스크는 2000년대 초 이미 유물이 됐지만, 일본 공공영역에선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아날로그 행정의 상징으로도 불린다.
지난 8월 개각 때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디지털 개혁 사령탑이 된 고노 장관이 뒤늦게 '플로피디스크 퇴출'을 선언한 것이다. 고노 장관이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서 행정개혁장관을 맡아 인감·팩스 퇴출을 추진했던 터라 구시대 규제 혁파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대가 높다.
고노 장관은 한국일보에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로 편리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항 세력을) 때려눕히기라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영국 등 5개 해외 언론 매체와 가진 공동 화상 인터뷰에서다.
"디지털로 편리함 실감할 수 있는 것, 무엇이든 한다"
고노 장관은 ‘캐시리스(현금 없는) 결제’를 확대하고,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행정 절차를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공인인증서 기능을 동시에 지닌 ‘마이넘버카드’를 공공과 민간 분야에서 두루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경제 대국 디지털담당장관의 주력 업무 계획이라고 하기엔 다소 뒤처진 내용이다. 고노 장관은 일본의 디지털화 속도가 더딘 이유에 대해 "디지털화가 자신의 일이라고 여기고 모두가 편리해지도록 바꾸는 데 적극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늦었다는 점, 그래서 생활과 사업 면에서 불편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발판 삼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정이 아니라 때려눕히기라도 해서 강력히 추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정을 이익을 누리던 집단이 관료나 정치인과 결탁해 개혁 시도를 무력화한 것도 문제였다. 고노 장관은 "다른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반대하더라도 디지털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부처에 부여된 ‘권고권’을 이용해 문제가 생기면 조정만 시도하는 게 아니라 (저항 세력을) 때려눕히기라도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디지털화 성공 여부를 판별할 기준에 대해서는 “도처에 웃음이 있다면 그때가 성공한 것”이라고 답했다.
고노 장관은 디지털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할 의사도 밝혔다. 그는 2023년 일본에서 개최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DFFT’(Data Free Flow with Trust: 신뢰할 수 있는 자유로운 데이터 유통)가 큰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데이터가 사생활이나 보안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면서 국경을 넘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 규칙 만들기’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국과 그 분야에서도 확실히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1963년생인 고노 장관은 자민당 소속 9선 중의원으로, 고노 담화를 낸 고노 요헤이의 아들이다. 한일의원연맹에서 활동하는 등 친한파로 분류됐지만,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 국면에서 한국 정부와 각을 세웠다. 외무장관, 방위장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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