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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전 인공 심장격 ‘좌심실 보조 장치(LVAD)’로 삶의 질 높여”

입력
2022.10.03 17:50
수정
2022.10.04 11:2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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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심장병원 심부전·심장이식센터장)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펌프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심부전에 걸리면 심장이식이 최선이지만 이식 전까지 '좌심실 보조 장치(LVAD)'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펌프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심부전에 걸리면 심장이식이 최선이지만 이식 전까지 '좌심실 보조 장치(LVAD)'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심부전(心不全ㆍheart failure)은 심장 펌프 기능이 떨어져 혈액을 온몸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혈액이 온몸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신체 기능을 점점 잃게 된다.

심부전은 초기에는 약물로 치료하지만 말기라면 심장이식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심장이식 대기 기간이 길어 환자는 심장 펌프 기능을 대신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돕는 기계 장치인 ‘좌심실 보조 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ㆍLVAD)’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 임상 분야별 평가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유수 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심부전ㆍ심장이식센터장 김민석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심부전 원인과 주증상을 꼽자면.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심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다. 발병 원인은 주요 심장 혈관인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협심증) 막히는(심근경색) 등 심장 질환이나 확장성 심근병증, 선천성 심장 질환, 심장판막 질환 등이다.

심부전 증상은 호흡곤란이 가장 특징적이고, 다리 부종ㆍ전신 무력감ㆍ식욕 감퇴ㆍ피곤 등이 나타난다. 호흡곤란 증상은 처음에는 움직이면 나타나지만 질환이 악화하면 가만히 쉬고 있어도 발생한다. 이 밖에 착란ㆍ불면ㆍ두통 같은 중추신경 증상이나 빈맥(頻脈)ㆍ야뇨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부전은 어떻게 치료하나.

“심부전 진단을 받으면 약물 치료를 우선한다. 환자 혈압이나 심장박동, 콩팥 기능 상태 등을 고려해 약을 선택한다. 보통 이뇨제와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 베타 차단제, 알도스테론 길항제, SGLT2 억제제 등이 쓰인다. 심부전으로 사망하는 사람 가운데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으로 적지 않게 급사하기에 부정맥 치료도 병행할 때가 많다.

이처럼 심부전 증상은 약물로 치료하며 지켜보다가 약물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면 심장이식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심장이식 대기 기간이 길고, 고령일 때는 심장이식이 어려워 환자의 심장 펌프 기능을 대신해 혈액이 잘 순환되도록 도와주는 ‘좌심실 보조 장치(LVAD)’라는 기계 장치를 몸속에 삽입할 수 있다.”

-심장이식 대기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좌심실 보조 장치(LVAD)’란.

“LVAD는 심장 기능이 떨어져 온몸으로 혈액을 원활히 공급할 수 없는 심부전 환자의 좌심실에 펌프를 연결해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주는 기계 장치다. 사용 목적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많아 심장이식을 받을 수 없는 말기 심부전 치료를 위한 것과 환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심장이식을 대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기 기간이 길어 입ㆍ퇴원을 반복해야 하는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LVAD를 이식하면 심장이식 때까지 집에서 생활이 가능하게 된다. 환자는 그동안 주사 강심제를 달아야 겨우 나아지던 호흡곤란이나 피로감이 금방 호전되며, 걷기ㆍ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도 가능해진다.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가능하고, 이식 부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면 샤워도 매일 가능하다.

또한 LVAD로 인해 중증 심부전에 동반됐던 다른 장기의 기능 부전이 개선되고, 중증 상태에서 대기하면서 사망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등 심장이식을 위한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2015년 6월 3세대 LVAD를 국내 첫 시행한 후 꾸준히 이식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만 12건을 진행했다. LVAD를 착용한 환자의 1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80% 정도인데 서울아산병원은 85%로 심장이식까지 비교적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만든다. 특히 심장이식 적응증이 되지 않더라도 LVAD를 달고 평생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심장이식 대기 환자가 모두 수술을 받기 어려운데.

“우리나라는 현재 뇌사자 장기 기증으로만 이식 수술이 진행되기에 가장 큰 어려운 점은 공여자 부족이다. 2020년도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심장이식 대기자는 770명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지만 심장이식은 173건으로 전년 대비 10.8% 감소했다. 평균 이식 대기 시간도 316일로, 전년보다 105일이나 늘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시행한 심장이식 수술 후 1년 생존율은 95%이다. 하지만 이 같은 높은 수술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기증자가 부족해 이식 대기 중 사망하거나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아산병원 심부전ㆍ심장이식센터는 심부전 환자의 치료 경험과 심장이식 수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LVAD 이식 수술도 적극 시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낸 심장이식 성과는.

“서울아산병원 심부전ㆍ심장이식센터는 1992년 국내 처음으로 뇌사자 심장이식 수술 후 2001년에는 국내 최연소 환자 심장이식도 시행했다. 지난 2014년 12월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 500례를 달성했고, 2022년 9월까지 860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시행했다. 심장이식 생존율도 1년 95%, 5년 86%, 10년 7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국제심폐이식학회의 1년 생존율 81%, 5년 69%, 10년 52%를 크게 앞서는 성적이다.”

제3세대 좌심실 보조 장치(LVAD). 서울아산병원 제공

제3세대 좌심실 보조 장치(LVAD). 서울아산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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