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SE러셀 "관찰대상국 분류"
이르면 내년 3월 결정
추경호 "원화채 디스카운트 해소"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목전에 뒀다. 사실상 편입국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다. 당장 잔뜩 부풀어 오른 원화 채권 투자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호재다. 나아가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외국 자본 유입 규모가 최대 90조 원에 이른다.
WGBI를 관리하는 FTSE러셀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 분류’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현재 한국은 편입 조건 중 시장접근성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FTSE러셀은 “한국 정부가 그간 외국인 채권 투자를 저해해 왔던 요인들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만큼 등급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ㆍ영국ㆍ일본ㆍ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는 WGBI는 ‘블룸버그-버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추산되는 추종 자금이 약 2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 국가 중 현재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지수 편입 결정은 이르면 내년 3월에 이뤄진다. 관찰대상국 검토 기간이 최소 6개월이어서다. 절차 진행이 순조로울 경우 실제 편입 시기는 내년 9월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최종 편입 비중은 2.0~2.5%(편입 국가 중 9위) 수준이 되리라는 게 정부 추정인데, 1%가 넘으면 몇 개월에 걸쳐 비중이 확대된다. 한국은 규모가 꽤 큰 편이어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최근 원화 약세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비관적 성장률 전망 등을 토대로 한국 국채를 매도했던 해외 펀드들의 불안 심리가 이번 소식으로 상당히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적극적인 투자자(액티브 펀드)는 미리 움직일 개연성도 있다.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국채시장에 본격 유입된다면 환율 상승 등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그 규모가 90조 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게 정부 기대다. WGBI를 추종하는 기관은 편입 비중에 비례해 각국 국채에 투자하게 되는데, 2.0%면 500억 달러가량이고, 현재 환율로 약 71조 원이다.
뿐만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 위상 탓에 더 많이 물었던 금리를 아낄 수도 있다. 정부는 신뢰도 상승과 수요 확대에 따른 국채 금리 하락으로 절감되는 이자 비용이 연간 5,000억~1조1,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등재 결정을 환영한다”며 “한국 국채시장이 선진 채권시장 중 하나로 인정받고 원화 채권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와 국채시장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다만 곧바로 자금이 대거 들어오는 게 아닌 만큼 당장 금리 진정 같은 실질적 효과를 바라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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