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기회 줄 뿐 재채용 의무는 없어"
법원은 "의무 인정... 수천만원씩 배상해야"
특별퇴직 후 계약직 재채용을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은 하나은행이 수십억 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노사합의에 따라 계약직으로 채용됐다면 받았을 임금을 물어주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와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9일 하나은행 퇴직자 83명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무이행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들은 2015년과 2016년 56세가 되자 계약직 재채용을 기대하면서 특별퇴직했다. 하나은행이 노사합의로 도입한 임금피크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특별퇴직 근로자를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면 월 200만 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계약은 1년 단위로 만 58세까지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퇴직자들을 채용하지 않았다. 퇴직자들은 이에 2016년 계약직 재채용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은행 측은 "재채용 기회를 줬을 뿐 고용 의무까지는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은 퇴직자들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개선 방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별정직(계약직) 재채용, 만 58세까지 운용'이라는 단정적 표현이 있다"며 "하나은행은 원고들을 계약직으로 재채용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임금피크제 개선방안 요약 부분에 '재채용 기회 부여'라고 적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표현은 특별퇴직하는 직원에게 재채용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는 취지일 뿐, 은행이 직원들을 선별해 재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퇴직자들이 채용됐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배상하라"며 은행 측에 1인당 600만~5,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근로관계 종료 후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도 근로자 대우에 관한 것이라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취업규칙의 해석원칙에 비춰보면, 은행 측에 특별퇴직자를 재채용할 의무가 부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의 선택사항으로 특별퇴직을 시행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당사자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재채용 조건을 부여하는 경우, 근로자는 재채용 조건을 근로조건으로 인식해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다"며 "사용자에게도 제도 시행과 관련한 지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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