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학대 재판, 2건은 실형 선고
양형기준 필요 … 수사부터 제대로 돼야
끊이지 않는 동네고양이 학대 사건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돼 지난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동물학대 범죄는 동물보호법보다 형량이 높은 재물손괴가 적용됐다. 하지만 동네고양이는 보호자가 없어 이마저도 적용하기 어려웠다. 또 동네고양이 학대 사건의 경우 경찰이 초기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아 증거 확보가 제대로 안 된다는 우려가 많았다.
지난주 동네고양이 학대 사건 관련 재판 5건이 이례적으로 잇따라 열렸다. 4건은 1심 선고가 이뤄졌고, 1건은 1차 공판이 열렸는데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전문가와 동물보호단체는 동물학대 사건 관련 양형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양형기준 마련을 위해서는 경찰 수사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물학대 범죄 사상 최고 형량 나와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동네고양이 학대 사건에는 잇따라 실형이 선고됐다. 올해 초 포항시에서 동네고양이 16마리를 폐양어장에 가두고 죽이거나 학대한 20대 남성은 최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으로부터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200만 원 형을 선고받았다. 다음 날에는 포항 시내에서 2020년부터 최근까지 고양이 7마리를 연쇄 살해하고, 2019년 고양이 3마리를 학대한 혐의를 받은 30대 남성에게 법정 최고형(징역 3년)에 조금 못 미치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이는 동물학대 범죄 사상 최고 형량이다.
실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검찰은 피해 고양이 수 등을 고려해 폐양어장 사건에는 징역 4년, 연쇄 살해 사건에는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실제 형량은 후자가 더 높았다. 박미랑 카라 동물범죄전문위원회 위원장(한남대 경찰학과 교수)은 "위 두 사건의 경우 오랜 기간 잔혹한 범죄가 이뤄졌고 인간을 향한 범죄와 병과되면서 실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폐양어장 사건은 학대자에 대한 치료명령이 부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폐양어장 사례는 실형이 끝난 후 다시 동물학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간과된 것이라고 박 위원장은 덧붙였다.
"초범이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도 여전
반면 입양한 고양이를 칼로 수차례 찔러 상해한 30대 남성은 청주지법으로부터 징역 6개월, 벌금 10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은 동네고양이 밥그릇에 수개월간 16회 이상 살해 협박 편지를 남긴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면서 동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청주지법과 서울서부지법 모두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위원장은 "청주지법 판결은 우리 사법부가 동물학대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집행유예나 보석 등 구금하지 않는 판결이 이뤄질 경우 동물학대자의 정신감정을 의무화하고, 양육이나 사육금지 등 추가 처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23일 창원지법은 식당가에서 고양이 '두부'를 약 16회 내려친 후 담벼락 반대편으로 집어던져 살해한 20대 남성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재판에선 재물손괴 혐의가 다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타인 소유의 재물(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이 있다는)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재물손괴는 기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인숙 창원 길고양이 보호협회 대표는 "검찰이 재물손괴로 기소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형기준 마련 필요하지만 수사부터 철저히 해야
최민경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경북 포항에서 고양이를 연쇄 살해한 2명이 실형을 받는 등 처벌 수위와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동물학대 사건 대부분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며 "양형기준이 없다면 재판부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형량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형기준 마련을 떠나 경찰 수사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미랑 위원장은 "대부분 동물학대 사건의 경우 벌금형이 내려지는 게 현실이어서 양형기준 마련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있다"며 "경찰 수사부터 제대로 이뤄져 실형이 나오도록 하고, 재판 결과가 쌓여 나가면서 양형기준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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