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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에 구멍을 왜 뚫어요!" 까다로운 고객 마음 얻으려 상황극 연습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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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틀에 구멍을 왜 뚫어요!" 까다로운 고객 마음 얻으려 상황극 연습까지 한다

입력
2022.10.04 09:00
수정
2022.10.04 09:23
0 0

LGU+, 대전 R&D센터에 CX혁신센터 구축
'상황극'으로 서비스 현장 대응력 강화
안전체험장에선 전봇대 전도 등 안전사고 교육

LG유플러스 대전 R&D 센터에 구축된 CX혁신센터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상황극을 위한 세트장이 구축됐다. 서비스 직원 역할을 맡은 직원(가장 왼쪽)이 공구를 자동차 모형에 싣고 있고 고객 역할을 맡은 직원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대전 R&D 센터에 구축된 CX혁신센터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상황극을 위한 세트장이 구축됐다. 서비스 직원 역할을 맡은 직원(가장 왼쪽)이 공구를 자동차 모형에 싣고 있고 고객 역할을 맡은 직원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창틀에 구멍을 왜 뚫어요! 빗물 들어오면 어쩌려고."

"설명드린 것처럼 선을 빼야 합니다. 마감 잘하겠습니다."


잔뜩 화가 난 소비자와 통신사 서비스 직원의 대화 장면. 긴장감 넘치는 이 모습은 현실 속 가정집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 LG유플러스 대전 연구개발(R&D) 센터에서 펼쳐지는 '연극'이다. 팔짱을 낀 채 서비스 센터 직원에게 짜증과 화를 내는 소비자부터 매뉴얼에 따라 해결책을 설명하는 서비스 직원까지 모두 LG유플러스 직원이다. 마치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열연'에 지켜보는 사람의 등에도 땀이 흘렀다. 통신사인 LG유플러스 R&D 센터에서 대체 왜 이런 숨막히는 상황극이 펼쳐지는 것일까.



"현실 그대로"…국내 최초 '상황극 세트장' 구축


LG유플러스 CX혁신센터 내 가정집 세트장에서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상황극을 펼치고 있다. 이날 상황극은 가정집 내 통신서비스 불만족에 따른 중계기 설치 안내 등이 진행됐다. 사진=송주용 기자

LG유플러스 CX혁신센터 내 가정집 세트장에서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상황극을 펼치고 있다. 이날 상황극은 가정집 내 통신서비스 불만족에 따른 중계기 설치 안내 등이 진행됐다. 사진=송주용 기자


지난달 28일 방문한 LG유플러스 대전 R&D 센터에는 8월 말부터 고객경험(CX) 혁신센터를 마련했다. CX혁신센터는 총 221㎡ 규모로, 국내 기업 중엔 처음으로 가정집과 사무실을 본떠 만든 세트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유플러스가 CX혁신센터를 만든 이유는 단 하나. 고객 서비스 만족도 향상을 위한 '실전 연습'을 위해서다.

실전 연습은 독특하다. 철저히 현실에 기반한 '상황극'으로 서비스 직원의 대응력을 높이고 '까칠한 고객' 응대법까지 배우고 있다. 현재 기업들의 고객 서비스 교육은 주로 강사의 일방적 이론 수업과 교육장에서의 인사법 등 약식 연습 중심이다. 하지만 현장에 나간 직원들은 다양한 변수와 고객 유형을 만나면서 기존 서비스 교육의 한계를 느꼈고 "실전용 서비스 교육을 해달라"는 요구가 커졌다. 무엇보다 고객들의 날 선 반응을 보며 상처를 입기도 하고 당황한 마음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회사는 서비스 교육의 틀을 바꾸기로 했다. 6개월 준비 과정을 거쳐 직원들이 실제 마주하는 가정집과 사무실을 만들었고, 실전 중심 교육의 하나로 상황극까지 펼치게 됐다.

LG유플러스 CX혁신센터에 입소하면 오전 3시간 이론 수업과 오후 4시간 실습 교육 등을 통과해야 한다. 2인 1조로 진행되는 상황극은 서비스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자택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까지 전 과정을 13단계로 나눠 학습한다. 특히 서비스 직원이 소비자를 만나기 직전 단계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와 자동차 모형까지 구성해 놓은 것이 특이했다. 기존 교육 시스템에서도 13단계 서비스 교육은 이뤄졌지만, 단계별 세분화 실습이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상황극에 쓰이는 기본 설정은 고객 서비스센터에 접수된 고객 불만을 바탕으로 꾸려진다. 단, '인터넷을 고치러 간 상황', '중계기를 달러 간 상황' 등 기본 설정은 주어지되 정해진 대본은 없다. 순발력을 기르기 위해 교육생들 간 즉흥 연기도 허용된다.

이날 상황극은 '서비스 직원' 역할을 맡은 이영훈 매니저와 '화난 고객' 역할을 맡은 오광식 매니저의 통화로 시작됐다. 이 매니저가 '가정집'을 재현한 세트장에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오 매니저가 "전화가 왜 이렇게 안 터지냐"며 호통을 친다. 며칠째 안 터지는 통신서비스에 화가 난 소비자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다. 이에 이 매니저는 "중계기 설치가 필요하고 창문 틀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괜찮겠나"라고 동의를 구한 뒤 문제를 해결했다. 고객 역할을 맡은 오 매니저가 "창문 틀을 왜 뚫느냐. 빗물 들어온다"고 야단을 치는 '애드리브(즉흥연기)'를 펼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교육생들 반응도 좋다. CX혁신센터 수료생들의 피드백을 보면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고객 환경과 유사한 장소에서 연기를 하니 현장감이 느껴졌다", "다양한 실습 사례를 공유할 수 있어 고객 응대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날 상황극을 펼친 오 매니저도 "고객 역할을 연기해보면 불편을 겪는 고객의 마음도 더 크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 CX혁신센터 내에 구성된 사무실 세트장. 서비스 직원들이 사무실 입장 전 상황부터 실전연습을 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세트장도 구비됐다. 사진=송주용 기자

LG유플러스 CX혁신센터 내에 구성된 사무실 세트장. 서비스 직원들이 사무실 입장 전 상황부터 실전연습을 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세트장도 구비됐다. 사진=송주용 기자


4000명 찾은 LG유플러스 안전체험장


2020년 개관해 총 4,000명이 방문한 LG유플러스 대전 R&D센터 안전체험관에서 기자가 통신주(전봇대) 전도를 체험하는 모습. LG유플러스는 안전사고 대응 역시 소비자 만족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2020년 개관해 총 4,000명이 방문한 LG유플러스 대전 R&D센터 안전체험관에서 기자가 통신주(전봇대) 전도를 체험하는 모습. LG유플러스는 안전사고 대응 역시 소비자 만족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대전 R&D 센터에는 각종 안전사고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안전체험장도 갖춰졌다. 2020년 개관 이후 4,000명이 방문한 이곳은 안전보건공단이 공인한 안전체험교육장이다. 이날 현장에서 AR(증강현실)기기를 착용하고 통신주(전봇대)에 올라 가던 중 통신주가 넘어지는 상황과 공중 작업 차량이 쓰러지는 체험을 했는데, 건물과 주변 환경을 현실 그대로 옮겨와 생생한 체험이 가능했다. 또 지붕 작업이 많은 통신업무 맞춤형으로 지붕 소재별 질감과 미끄러움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고, 감전·유리 베임 등 작업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가상의 비슷한 느낌으로 경험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CX혁신센터와 안전체험장을 바탕으로 고객혁신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CX혁신센터의 고객 유형과 상황을 더 다양화하고 교육 피드백도 추가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신입사원 필수 연수 코스로 활용하고 매년 800여 명을 교육해 서비스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름형 안테나 등 신제품의 가정집 및 사무실에서의 기능 테스트도 이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장안전이 고객 만족과 직결되는 만큼 최고경영진은 물론 일반 실무자들의 안전체험장 학습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전=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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