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사건 반복 고소" 악성 민원인 연상 내용 적시
감찰 받고 징계 없이 사직… 무마 의혹은 계속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소장을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으로 갈아 끼워 사건 기록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는 고소장 위조 사건이 불거질 당시 검찰 지휘부의 사건 무마 의혹도 계속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수사1부(부장 이대환)는 23일 검사 출신 윤모(40)씨를 공문서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씨는 부산지검 재직 때인 2015년 12월 고소인 A씨가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하자, 이를 수습하려 A씨가 낸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한 뒤 수사기록에 대신 끼워 넣은 혐의(사문서 위조)를 받는다. 윤씨는 A씨가 '동일 사건을 반복해 고소하는 민원인'이란 취지의 허위 내용을 검찰 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직접 적어 기록에 편철한 혐의(공문서 위조)도 받는다. 자신의 고소장 분실 실수를 감추려고 결재권자가 A씨를 악성 민원인으로 오해하도록 만든 것이다.
부산지검은 2018년 10월 윤씨가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위조하고 승낙 없이 상급자 도장을 찍은 혐의로 기소했지만, 공수처는 윤씨의 범행 사실을 추가로 찾아내 기소했다. 앞선 검찰의 기소로 윤씨는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씨는) 표지뿐 아니라 기록 전체를 위조해 고소인 진술권을 침해하고 고소인을 기망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당시 검찰 수뇌부의 사건 무마 의혹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윤씨는 고소장 위조 사건 발생 뒤 검찰에서 징계를 받지 않고 사직 처리돼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공수처 수사 결과, 윤 검사는 당시 강도 높은 감찰 조사를 받은 뒤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윤씨가 공수처의 소환조사를 거부해 감찰이나 사직 관련 경위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씨에 대해 두 차례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는 2019년 4월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사 4명이 고소장 위조 사건을 무마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검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세 차례 기각하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이 피고발인들을 무혐의 처분하자, 임 검사는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는 두 달 뒤 공수처에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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