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은 한 번씩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곤 한다. 이 벽은 어떤 이에게는 약간의 스트레스로, 또 다른 이에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변아웃으로 다가간다. 이 시기에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면 극복은 한층 수월해진다. 장유정 감독에게는 이준익 감독이 그런 존재였다.
장유정 감독은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정직한 후보2'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직한 후보2'는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은 전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과 그의 비서 박희철(김무열)이 진실의 주둥이를 쌍으로 얻게 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이 건넨 손길
24, 25회차를 촬영할 무렵 장 감독은 '내가 잘 찍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 불안함이 찾아왔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준익 감독님이면 이걸 해결해 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장 감독은 그의 인터뷰 내용을 찾아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감독과의 연결이었다. 장 감독이 찾은 징검다리는 '정직한 후보2'로 호흡을 맞춘 윤경호였다. 윤경호는 이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에 출연한 바 있다.
윤경호의 연락을 받은 이 감독은 "내 조언이 필요하다면 전화하라고 해"라는 말을 들려줬단다. 장 감독은 이 감독과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됐고 회의까지 취소한 채 그를 만나러 갔다. 당시를 회상하던 장 감독은 "이준익 감독님께서 3시간 동안 강의하듯이 얘기해 주셨다. '이거 다 저한테 얘기해 주셔도 되느냐'고 여쭤볼 정도였다. 결론은 '스스로를 믿어라' '옆에 있는 사람들을 믿어라'였다. 내 문제점을 파악해 주시며 매듭을 풀어주셨다"고 했다. 이후 장 감독은 대본을 수정했고 불안함은 사라졌다.
김무열이 가진 '진실의 주둥이'
2편을 만드는 감독들은 전편에서 사랑을 받았던 소재를 그대로 들고 갈 것인지 혹은 과감하게 버릴 것인지 고민하곤 한다. 장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득실을 따져볼 수밖에 없는 거고 실이 많아도 가져가야 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고위 관료가 거짓말을 못할 때 느껴지는 통쾌함은 포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무열이 연기하는 박희철은 주상숙에 이어 재미를 더할 '정직한 후보2'의 무기였다.
장 감독은 박희철이 지닌 진실의 주둥이에 큰 애정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좌관은 상사가 있고 누군가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부분이다. (주상숙이) 상사니까 안 좋은 면모도 많이 봤을 거다. 스스로를 달래가면서 '오늘도 저러시는구나. 그래도 나쁜 분은 아냐' 했을 텐데 뚜껑이 열리고 소리를 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박희철이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다는 설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관계자 모두가 이를 반긴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장 감독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직한 후보2'로 호흡 맞춘 보물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랑받아온 윤두준은 건설사 CEO 강연준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강연준은 차가운 눈빛을 가진 빌런이다. 윤두준의 선한 얼굴을 떠올리던 장 감독은 "본인이 연기해놓고도 그런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어색해하더라. '안 어색하세요, 감독님?'이라고 묻곤 했다. 그래서 '어색한 게 맞는 거야. 사람들은 어색한 걸 좋아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윤두준의 열정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서현우는 강원도청 건설교통과 국장 조태주로 분했다. 장 감독은 "서현우라는 좋은 배우를 알게 돼서 감사하다"며 그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 그리고 이후의 술자리로 접하게 됐던 서현우는 위트, 센스가 돋보이는 배우였다. 당시 그에게 나중에 꼭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말도 했단다. "전편에는 서현우 배우에게 적격인 캐릭터가 없었다"는 장 감독은 속편으로 그와 함께하게 된 기쁨을 내비쳤다. '정직한 후보2'로 다시 만나게 된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는 장 감독의 마음속에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동료들로 자리 잡았다.
'정직한 후보2'에 담긴 가치
장 감독은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 '범죄도시2' 등 극장가에서 많은 속편들이 사랑받아온 상황을 보며 '1편만 한 2편은 없다'는 선입견이 지워진 듯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물론 다른 작품의 속편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정직한 후보2'의 성적을 보장할 수는 없는 만큼 긴장감은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직한 후보2'가 많은 영화 마니아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시사 풍자 코미디 '정직한 후보2'를 선보이기에 앞서 장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계몽 운동을 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르적 특성상 가르치려고 들거나 지나치게 설득하려고 들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미디를 사랑하는 장 감독은 웃음의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아이들에 비해 어른의 웃음 횟수가 매우 적다고 설명하며 "박장대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웃음을 드릴 수 있다면 행복할 듯하다"고 말했다.
'정직한 후보2'는 28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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