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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도 사용할 수 있다"는 푸틴 언급, 이제는 단순 협박 아니다

입력
2022.09.27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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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강윤희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수세 몰리자 예비군 동원령 내린 러시아
주민투표로 우크라이나 확전 명분 확보
궁지 몰린 러시아의 극단행동 우려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분명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9월 21일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러시아 예비군의 부분 동원령을 내렸다. 지난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이를 '특별군사작전'이라 불렀다. 전쟁을 전쟁이라 하지 않고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인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보면, 왜 앞서의 전투를 굳이 특별군사작전이라 불렀는지가 명료해진다. 러시아군의 동원령 없이, 또한 러시아 산업의 군수산업으로의 전환 없이 치르는 전쟁이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특별군사작전이었던 것이다.

이번 동원령은 특별군사작전의 실패를 의미한다. 지난 7개월간의 치열한 전투와 일부 지역에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낼 수 없었다. 최근에는 일부 점령지를 우크라이나에 도로 빼앗겼다. 동원령 없이 직업군인과 현역 징집병만으로 전쟁을 하는 것은 명백한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점령지 유지를 위해서도 병력을 강화해야만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군 동원령은 러시아 내부의 엄청난 반발을 가져왔다. 저 멀리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바로 내 앞에, 우리 가족 앞에 밀려들었으니 러시아 시민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전 시위부터 러시아 탈출 행렬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저항은 적극적이다.

군 동원령이 가져올 정치적 리스크를 푸틴 대통령이 왜 몰랐겠는가? 그 역시 특별군사작전만으로 전쟁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및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 힘입어 우크라이나는 항복을 거부했다.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의 평화협정도 타결되지 않았다. 이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든지, 아니면 더 큰 물리적 폭력을 가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든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 있다. 불행히도, 그러나 충분히 예측가능한 대로, 그의 선택은 후자이다.

이와 동시에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 및 동부 점령지역에서는 러시아와의 병합에 대해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이 칼럼이 게재되는 시점이면, 아마도 이들 지역이 러시아 병합에 찬성했다는 투표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9월 30일경이면 러시아 하원, 상원에서 이들 지역의 병합을 승인하는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민투표의 합법성,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이들 지역을 자국 영토로 간주할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서의 전쟁은 돈바스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함으로써 발생한 것이었지만, 앞으로의 전쟁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자국 영토 회복을 위한 정당하고도 방어적인 전쟁이지만, 러시아는 이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가해국과 피해국이 바뀌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푸틴 대통령은 자국 영토 보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것은 러시아의 가용 자원과 무기를 다 사용하겠다는 의미이다. 즉 특별군사작전에서처럼 나름 제한된 무기 사용에 한정하지 않고 사용가능한 무기를 다 사용할 것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여기에는 전술핵도 포함한다.

러시아는 정말로 핵무기를 사용할까? 간단히 말하자면, 필요한 경우 핵무기도 사용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입장이다. 러시아 군사력의 원천이 핵무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 스스로가 핵무기 사용을 자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핵 전쟁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얘기지만, 푸틴의 언급을 단순 협박으로 간주하는 것 또한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푸틴 대통령이 핵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의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푸틴의 강경한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와 경고를 보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번 전쟁이 특별히 끔찍한 것은, 러시아가 이겨도 안 되지만, 러시아가 궁지에 몰려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수세에 몰리면 러시아는 더 큰 물리적 폭력수단에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너무 많은 종류의 가공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폭력의 에스컬레이션은 우리의 상상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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