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개발은 미국의 위협 때문" 주장
"대북 제재는 주권국 자위권 침해" 반발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한국과 미국이 26~29일 동해상에서 실시하는 연합훈련에 대해 “전쟁 도화선에 불 붙이는 행위”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김 대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한반도 안보 환경은 최근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품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 증대 때문에 긴장과 대결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어 훨씬 더 위험한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 시각에도 한반도 주변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합동 해상연습을 수행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것은 명백히 한반도 정세를 전쟁 직전으로 몰아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김 대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최근 북한이 전술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담은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지난 30년간 미국의 간악한 적대 정책이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우리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과 군사적 공갈이 가중될수록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우리 힘도 강화된다”고 경고했다.
김 대사는 세계에 여러 핵무기 보유국이 있지만 오직 북한만이 가혹한 제재 결의 대상이 됐다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 움직임을 규탄했다. 앞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은 지속해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한 뒤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고 압박하는 유엔 제재는 인정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대북 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향해 “안보리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자위권 행사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평등과 내정 불간섭을 명시한 유엔 헌장의 기본 정신을 부정하는 모순적 처사”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은 안보리가 미국의 이중잣대와 불공정성, 횡포와 독단을 제거하지 않는 한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직무를 수행할 때 유엔 회원국들을 대표할 능력과 권한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지난해 연설에서는 “미국이 조선(북한)에 대한 이중 기준을 철회하는 용단을 보이면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화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올해는 18분간 연설 내내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저격 대상은 주로 미국이었고,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대사는 또 북한이 코로나19를 100일 만에 종식시켰다면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 덕분”이라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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