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에 기계적 항소했다가
검찰시민위 취하 의견 받아들여
5,900원 족발세트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종업원이 검찰의 항소 취하로 형사재판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부장 김현아)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점원 A(41)씨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를 취하했다고 26일 밝혔다.
5,900원 족발세트 횡령 사건은 서울 강남의 편의점 종업원이던 A씨가 2020년 7월 편의점 족발을 먹었다가 점주(48)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다. 편의점에는 도시락 등 식품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 폐기 처리하는데, A씨는 족발세트를 도시락으로 착각해 폐기시간보다 4시간 빨리 먹었다는 이유로 점주에게 고소당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A씨를 벌금 2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이 아닌 법원의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에서 "판매 가능 시간이 지나 폐기 처분돼야 할 것으로 착각해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횡령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 판결했다.
검찰은 그러나 1심 무죄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검찰 항소는 이달 5일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됐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무죄 사건에 대해 항소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 총장은 "기계적 항소가 피고인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며 "그런 사건들까지 작은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2일 시민 판단을 듣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2시간에 걸친 사건 설명 청취와 질의응답, 토론을 거친 뒤 검찰에 "항소를 취하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의결했다. 시민위원들은 이 사건이 임금 지급 분쟁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고, 피해 정도는 경미한 반면, 피고인(종업원)이 재판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비용은 더 큰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
검찰에 따르면, 족발 사건에 앞서 점주와 종업원의 임금 분쟁이 있었다. 종업원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에 대해 점주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점주는 임금을 지급하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점주는 이후 종업원의 족발 취식을 문제 삼아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정의와 형평, 구체적 타당성 등을 고려해 시민위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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