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
"10대 참여 많은 시위, 이슬람 부정 아냐
히잡 착용 여부 개인 선택권 달라는 것"
"핵합의 파기·경제 제재로 불만 누적 영향도"
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는 이란에서 확산 중인 시위에 대해 "이슬람 자체 또는 이슬람 율법에 있는 히잡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히잡을 쓸지 말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전인 팔레비 왕조 때는 히잡 착용 여부가 개인 선택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히잡은 이슬람 율법에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오해하는 것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란에서는 지방에 사는 마흐사 아미니(22)라는 여성이 13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히잡 미착용 혐의로 지하철역 밖에서 종교경찰(도덕경찰)에게 체포됐다. 이슬람 율법상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아미니는 구금된 지 사흘 만인 16일 숨졌다. 이에 전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했고, 이란 당국이 무력으로 진압하며 충돌해 현재 41명이 사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시위의 특징이 10대, 20대 초반, 특히 10대 여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에서는 9세 이후에 히잡을 착용하게 된다"며 "히잡 착용 반대 시위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0대 초반 여성들은 히잡 착용을 처음 경험한 뒤 이런 제도와 규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인생 끝까지 외부에 나갈 때 히잡을 써야 된다(는 걱정과 불만)"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등 일부 국가가 (히잡 착용을) 이슬람 율법으로 법제화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온몸을 가린다든지 눈만 내놓는다든지 그렇지는 않다"며 "이란에서의 히잡 착용은 어느 정도 여유와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1979년 이슬람 혁명 전 팔레비 왕조 때는 오히려 히잡을 공공장소나 방송기관 등에 왔을 경우 의무적으로 벗게 하는 상황도 있었다"며 "그때는 히잡을 쓰고 복장을 착용하는 것에 대해 본인의 자유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9세 때 처음 착용 10대 '평생 써야 하나' 불만"
김 교수는 "외신 보도에서는 이란 전역 80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나오지만, 이란 내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오는 것을 합치면 120개 도시 정도 된다"며 "일과 마치고 5시 이후부터 시위대가 모이기 시작해서 새벽 1, 2시까지 시위하는 것이 10일째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2009년 부정선거에 항의해 대규모 시위가 일었던 '녹색운동'처럼 반정부 시위로 더 번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녹색운동 시위는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시위가 단순히 히잡에 대한 시위로만 봐서는 안 될 것"이라며 2015년 이란과 서방 국가들이 맺은 '이란 핵합의'와 연관지었다. 그는 "핵합의 협정을 맺은 서방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 해제해 이란 국민들은 '어떤 경제적인 혜택이 있겠다'는 엄청난 기대감을 가졌는데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핵합의에서 빠져나갔다"며 "다시 경제 제재가 부활하면서 경제난이 더욱 심해진 상황에서 히잡이라는 문화적 욕구가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진화돼 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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