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 국내 언론 첫 인터뷰
양봉장 꿀벌, 이산화탄소·환경바이오 정보 수집
람보르기니 공원, 연간 330톤 이산화탄소 흡수
5년간 18억 유로 투자, 2028년 순수 전기차 출시
자투리 가죽·탄소섬유 리사이클링 상품 제작
한국, 글로벌 8위 시장 등극…윙켈만 "조만간 방문"
21일(현지시간) 방문한 이탈리아 산타가냐 볼로냐에 있는 '람보르기니 공원' 내 양봉장에선 눈앞 가득 꿀벌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벌집 13개 사이를 바삐 들락날락하는 수만 마리의 꿀벌들은 꿀만 채집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근 지역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환경·바이오 데이터도 모은다. 이 꿀벌 60만 마리를 관리하는 주체는 이탈리안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다.
탄소 배출의 대명사와 같은 람보르기니가 '꿀벌 연구'를 시작한 것은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카드다. 유럽연합(EU)을 비롯, 글로벌 대부분 국가에서 탄소 배출을 감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탄소 배출권을 사거나 친환경차를 서둘러 선보이며 대응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역시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시간을 벌기 위한 '액션 플랜'으로 2009년부터 양봉장을 비롯한 다양한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꿀벌 60만 마리·1만 그루 참나무…연간 330톤 이산화탄소 흡수
양봉장이 위치한 공원 역시 람보르기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녹아 있다. 람보르기니 공원은 2011년 산타가냐 볼로냐시, 볼로냐·볼차노·뮌헨대와 함께 만들었다. 10년 넘게 자란 1만 그루의 참나무는 연간 33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8,405대의 슈퍼카를 팔았지만, 이 공원 덕분에 탄소 90톤을 없앤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
이날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처음 가진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 겸 CEO는 "람보르기니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위해 공원을 조성하고 꿀벌을 키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운전의 즐거움과 성능에 대한 람보르기니의 고유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무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년 간 2조5,000억 원 투자…2028년 첫 100% 전기차 출시
람보르기니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친환경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5년 동안 18억 유로(약 2조5,000억 원)를 투자한다. 내년 하반기 첫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고, 2024년까지 모든 라인업에 전동화(하이브리드+전기차) 모델을 추가한다. 또 2028년에는 100%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람보르기니가 슈퍼카 DNA를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 윙켈만 회장은 "전동화 시대에도 슈퍼카 브랜드는 고유의 영역을 지켜야 하고 람보르기니 역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내연기관 슈퍼카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 특유의 사운드(배기·엔진음)를 재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태양광·바이오메탄 등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차량 생산 활용
윙켈만 회장은 자동차를 만들 때 생기는 탄소 절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람보르기니 공장엔 2010년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 연간 250만 킬로와트시(㎾h) 전력을 생산한다. 또 차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로 지역 내 '바이오 가스 열병합 발전소'에서 온수를 공급하고 있다. 윙켈만 회장은 "2023년부터는 공장에 바이오메탄 전력 시스템도 도입해 공급망 탄소중립 관리 등을 통해 업계 지속가능한 경영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람보르기니는 자동차 인테리어 폐기물도 다시 쓰고 있다. 2009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사회적 기업 '코페라티바 카르티에라'와 협약을 맺고, 자투리 가죽, 탄소섬유 등을 지갑, 가방, 팔찌 등 소품이나 액세서리로 재탄생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은 일반 소비자에게 팔거나 람보르기니 차량 구매자들에게 선물로 준다.
한편 윙켈만 회장은 국내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해 354대의 람보르기니 슈퍼카가 판매되며, 전 세계 판매 8위 국가로 올라섰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람보르기니가 많이 팔린 국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