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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연봉이 높다고요? 사실 지금보다 더 줘야 합니다"

입력
2022.09.28 11:00
11면
0 0

[개발자 학교 '정글' 이끄는 4인 인터뷰]
장병규 의장, 류석영 교수 등 의기투합
"양질의 개발자 육성이 국가의 미래"

개발자 양성학교 '정글' 운영진.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류석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정주원 정글 코치. 대전=홍인기 기자

개발자 양성학교 '정글' 운영진.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류석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정주원 정글 코치. 대전=홍인기 기자


"기업은 괜찮은 개발자를 충분히 뽑지 못해요. 그런데 정작 개발자 지망생들은 취업할 곳을 찾지 못합니다. 지금 개발자로 일하고 있어도 문제지요. 개발자는 마흔을 넘기면 치킨집을 차려야 한다고 하니까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말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구인·구직 시장은 좀 이상하다.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쓸 만한 사람은 부족하고, 어렵게 뽑은 개발자들은 40세가 되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대체 한국 개발자 인력 구조는 뭐가 문제인 걸까? 컴퓨터공학과를 나오지 않은 비전공자들을 뽑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면,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성공시키며 스타트업계의 신화적 존재로 꼽히는 장 의장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 그는 류석영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를 찾았다. 그리곤 류 교수와 함께 카이스트에 개발자 양성학교인 '정글'을 만들었다. 온라인 코딩 교육회사 팀스파르타의 이범규 대표, 네이버 개발자 출신인 정주원씨가 정글 코치로 힘을 보탰다. 개발자로 성공하기 위해 정글로 뛰어든 비전공자에게, 이들 네 사람은 불을 비춰주고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단 5개월간의 교육을 받은 비전공자가 한 사람의 개발자로서 톡톡히 한몫을 할 수 있을까? 네 사람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정글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봤다.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이 대표는 정글을 졸업한 수강생들이 정글 협력사로 취업할 수 있는 과정을 돕는다. 대전=홍인기 기자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이 대표는 정글을 졸업한 수강생들이 정글 협력사로 취업할 수 있는 과정을 돕는다. 대전=홍인기 기자

-개발자 양성학교에 '정글'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가 뭘까요?

이범규=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는 과정을, 정글에서 숲을 헤쳐나가는 것에 빗대고 싶었어요. 많은 코딩 교육업체가 부트캠프(신병훈련소)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카이스트에서 교육이 진행되는 만큼 '학교'라는 표현을 쓰면 수강생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정글의 정식 명칭은 'SW사관학교 정글'이다.)

-다른 코딩 교육과정과 비교해 정글의 특징은 무얼까요?

장병규=본질적인 차이는 두 가지죠. 첫 번째는 기숙사에서 합숙하며 최대한 몰입을 끌어낸다는 점입니다. 출퇴근하면서 괜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두 번째는 지금 쓰는 기술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입니다. 취업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 20년, 3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기술만 가르칩니다.

정주원 정글 코치는 정글 수강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기주도학습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전=홍인기 기자

정주원 정글 코치는 정글 수강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기주도학습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전=홍인기 기자

-몰입이라 하셨는데, 개발자에게 몰입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정주원=프로그래밍은 기본적으로 고도의 지적 활동이고, 개발자가 얼마나 몰입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천차만별입니다. 100명이 모여서 못 하는 일도 1명이 몰입하면 해낼 수 있는 식이죠. 몰입으로 인해 나올 수 있는 생산성 차이가 극명하다는 거죠. 지난 10년간 컴퓨터(하드웨어) 성능은 10배 이상 빨라졌거든요. (하드웨어를 돌리는) 코드(소프트웨어) 한 줄의 가치도 그만큼 귀해진 거죠.

-일각에선 개발자가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비판도 있어요.

장병규=한국은 천연 자원이 없고, 원화는 기축 통화도 아닙니다. 한국은 그간 제조업 중심의 수출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이런 과거는 다시 반복되지 않습니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제조업, 게임 등 소프트웨어를 앞세운 글로벌 서비스업이 한국의 미래입니다. 잔인한 현실이죠. 적당한 인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정말 생산성 높은 개발자를 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생산성 높은 개발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줘야 해요.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 개발자의 몸값은 아직 싸거든요.

정글을 기획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장 의장은 정글에서 개발자 양성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이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대전=홍인기 기자

정글을 기획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장 의장은 정글에서 개발자 양성에 대한 철학을 세우고, 이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대전=홍인기 기자

-정글 같은 양성학교를 더 늘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장병규=고등교육을 통해 개발자를 많이 길러야 하는데, 대학 정원이 묶여 있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을 보면 전산학 전공자가 10년간 비약적으로 늘었는데,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10년째 그대로지요.(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10년 넘게 55명 정원을 유지하다가, 최근 80명으로 소폭 증원됐다.)

류석영=정글도 한계가 있어요. 우선 카이스트 비학위 과정이기 때문에 대학 졸업자의 지원만 받고, 정글 졸업 후 취업을 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나이 제한(32세 이하)도 있어요. 오프라인 합숙 교육이라 비용도 많이 드는데, 장병규 의장의 '통 큰 기부'와 운영진의 재능 기부로 충당하고 있지요.

류석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정글이 비학위과정으로 카이스트에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전=홍인기 기자

류석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정글이 비학위과정으로 카이스트에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전=홍인기 기자

-카이스트 정글을 본뜬 '크래프톤 정글'이 출범했는데 이건 뭔가요?.

장병규=카이스트 정글의 많은 부분을 차용했습니다. 개발자로 직종 전환을 원하는 22~32세 수강생 60명을 선발해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5개월간 합숙을 합니다. 카이스트 정글과 달리, 크래프톤 정글은 고교 졸업자나 대학 재학생도 올 수 있어요. 2025년에 1,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전=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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