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전담경찰관, 52명이 5000건 넘게 처리
"인력 부족" 호소…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 우려
A씨는 헤어진 남자친구 B씨에게 두 달째 스토킹으로 시달리고 있다. A씨는 7월에 B씨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은 B씨에게 피해자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긴급 응급조치를 했다. 그러나 B씨는 한 달간의 응급조치 기간이 끝나자 최근 A씨에게 다시 접근했다. 경찰은 다시 응급조치하고,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A씨는 B씨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0대 여성 역무원이 무참히 살해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스토킹 피해가 잇따르자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피해자도 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전담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피해자 보호에 구멍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신고 접수 및 처리) 건수는 2020년 1만4,773건에서 지난해 2만4,81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신변보호 건수가 치솟았다. 서울경찰청 관할 31개 경찰서가 작년 한 해 접수·처리한 신변보호 조치 건수는 5,391건이지만, 올해는 지난 8월까지 벌써 4,443건에 달했다.
하지만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피해자 전담경찰관은 한참 모자라다. 서울 시내 경찰서 31곳에 배치된 전담경찰관은 총 52명에 불과해, 지난해 경찰 1명이 연간 100건이 넘는 신변보호 사건을 처리했다. 신당역 사건 피해자가 전주환(31)을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한 서울 서부경찰서도 전담경찰관은 1명뿐이다. 동대문경찰서(3명)를 제외하면 경찰서 11곳에 1명, 19곳에 2명이 배치됐을 뿐이다.
전담경찰관은 경찰서 수사지원 부서에 소속돼 피해자의 신변보호 접수부터 심리 상담, 긴급생계비·치료비·임시숙소에 대한 정보 제공, 형사절차 지원, 신변보호를 위한 협의 업무를 수행한다. 피해자가 신변보호를 요청하면 경찰은 심사위원회를 열어 112시스템 등록, 스마트워치 지급, 정기순찰 조치를 취하며, 이를 피해자에게 안내하고 진행하는 일도 전담경찰관 몫이다. 스토킹처벌법 도입 뒤 전국 경찰서에 전담수사관이 배치됐지만, 신변보호 관련 행정 지원은 전담경찰관이 도맡고 있다.
신변보호 요청이 폭주하다 보니 현장에선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담당부서 관계자는 "업무가 늘면서 올해 초 전담경찰관 1명을 충원했는데도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등의 신고가 늘고 있어 모든 피해자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전담경찰관이 1명뿐인 경찰서에선 업무 대행자가 없다 보니, 출장이나 휴가 중에도 신변보호 요청이 들어오면 출동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전담경찰관의 기능과 업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립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을 충원해 피해자 보호에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이 형식적인 인력 배치로 업무 효율을 떨어뜨려선 안 된다"면서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 피해자 보호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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