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2020년 116건→2021년 340건
갱신·종료 2020년 173건→2021년 417건
"임대인 허위로 계약갱신 거절 사례 증가"
서울에 사는 A씨는 2019년 보증금 5억 원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2년 뒤 계약 만기를 앞두고 A씨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했지만, 집주인은 실거주하겠다며 퇴거를 요청했고, 결국 7억 원짜리 전셋집으로 옮기게 됐다. 그런데 A씨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집주인이 입주하지 않고 집을 매도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사비와 중개수수료, 자금 마련에 소요된 비용 등 총 1,472만 원을 손해배상으로 요구했고, 조정 결과 집주인은 600만 원을 A씨에게 주게 됐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통과 이후 손해배상 청구 관련 분쟁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인이 실거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는데, 허위로 드러난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 조정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신청 유형 중 손해배상이 2020년 116건에서 지난해 34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대한법률구조공단은 7월 말, LH·부동산원은 8월 말 기준)는 작년보다 더 늘어난 475건까지 확대됐는데,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이 수치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원인은 임대차2법의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대인이 실제 거주할 경우, 임차인의 갱신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거절 뒤 전세보증금을 올려 새로 임대하는 등 허위 갱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관련 분쟁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임대인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임대인의 실거주 등 주택임대차계약 갱신요구 허위거절'을 손해배상 청구의 주요 분쟁 조정 사례로 분류하고 있다.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 또는 종료 관련 분쟁 또한 2020년 173건에서 지난해 41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에도 현재까지 270건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증금 증감, 차임 관련 분쟁 조정신청은 2020년 43건에서 지난해 65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률은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계약갱신 및 종료 관련 조정 성립률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15.6%, 올해는 17.5%로 늘었다. 차임 또는 보증금 증감은 2020년 14%에서 올해 23.5%로, 손해배상 분쟁은 2020년 19.8%에서 올해 24.8%로 각각 증가했다.
홍 의원은 "손해배상 유형이 대폭 증가한 것은 임대인이 허위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계약갱신, 종료 분쟁이 늘어난 것도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분쟁을 줄이기 위해선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쟁이 증가하는 건 법이 당사자 간 계약 사항을 일률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며 "임차인의 권리 행사가 늘어난 만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계약 갱신 기간, 임대료 상한 범주를 다양화하는 등 법의 테두리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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