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새 포워드 가이던스 제시할 것"
한미 금리차 0.75%p... 10월 빅스텝 가능성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선 미국이 내년에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히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말까지도 "당분간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예고가 나오자, 마지막 공언 이후 한 달도 안 돼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다음 달 한은의 추가 빅스텝(0.5%포인트) 가능성도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후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사이 많이 바뀌었다"며 "4% 이상으로 상당 폭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생각했던 전제 조건에서 벗어난 것이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을 고민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때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겠다"며 10월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7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직후부터 향후 0.25%포인트씩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혀왔다. 8월 금통위 후 불과 5일 만인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 참석 이후에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변함이 없다"며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이란 포워드 가이던스를 재차 강조했다. 사실상 연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강하게 일축한 셈이다.
하지만 연준이 올 연말 금리를 4.25~4.5%로 내다보는 등 고강도 긴축 기조를 내년까지 이어갈 뜻을 시사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당장 21일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0.75%포인트(상단 기준)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올해 두 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4.25~4.5%까지 끌어올리고, 한은 금통위가 역시 두 차례 남은 회의에서 기존 예고대로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경우 양국의 금리 차는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2.5%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을 경우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유인이 줄어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더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달러 강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수입물가를 자극해 가뜩이나 비상에 걸린 국내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환율 상승은 그 자체보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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