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당뇨·심장 질환자 많은 '보건 비상사태'
급격한 경제성장 거치며 생활 습관 악화해
저출산·고령화 겪는 중국의 인구감소 위기 커져
중국에 당뇨와 심장병, 만성 폐질환 등 중병에 걸린 숨은 환자가 많아 사실상 보건 비상사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환자 대부분이 자력으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빈곤층이라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중국 인구 감소 위기가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빠른 경제성장 이면…"30년 전 나쁜 생활습관 후폭풍"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중국이 1900년대 중후반,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암과 심장병, 당뇨 같은 "서구식" 질환이 퍼졌다고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의 당뇨 환자 수는 현재 1억3,000만 명을 넘었고, 2050년에는 1억5,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에선 매년 400만 명이 심혈관 질환에 걸려 사망한다.
흡연 중독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담배 소비국으로, 약 3억 명이 흡연자다. 중국의 사망 원인 1~3위인 뇌졸중,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모두 흡연과 관련이 깊다. 2015년 의학 저널 '랜싯'에 실린 연구는 2050년까지 중국 남성의 3분의 1이 흡연 관련 질병 때문에 숨질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197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빠르게 변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소득이 늘어 육류 등 기름진 음식으로 식단이 바뀌었고, 사무직이 많아져 운동 부족인 사람도 늘었다는 것이다. 술과 담배 소비도 급증했다. 1978년과 비교해 1988년 중국인 평균 음주량은 3.5배, 흡연량은 2배로 뛰었다.
왕펑 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30년 전 일이지만 중국인들의 이런 급격한 생활태도 변화가 최근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람들은 술과 설탕, 담배를 음식보다도 빨리 섭취했고, 비만이나 필수 영양소 결핍과 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인구절벽' 막으려면 조치 취해야"
이런 중증 질환들은 중국의 인구 감소 위기를 증폭시킨다. 유엔은 중국 인구가 올해 최대 14억 명을 찍고 줄기 시작해 2100년엔 10억 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출산율도 1980년대부터 계속 줄어 지난해에는 최저인 1.15명까지 추락했다. 노동 가능 인구가 줄면 노인 부양을 위한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고, 결국 경제 성장이 어려워진다. 버나드 스튜어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의대 교수는 중국에 널리 퍼진 질병들이 인구 감소에 치명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확실히 맞다"며 "중국 정부가 재앙을 막고 싶다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빠른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빈부격차가 심각해 많은 저소득 가구가 의료비 부담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의 95%가 의료보험 대상자이긴 하지만, 30%에 달하는 본인부담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지역에 따라서는 의료시설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천문학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도시 전체를 봉쇄했던 건, 코로나가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가난한 지방으로 퍼지면 피해를 걷잡을 수 없어서다.
중증 질환자의 증가는 결국 중국 정부의 보건 서비스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 바버라 맥페이크 멜버른대 건강 경제학 교수는 "비전염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 때문에 중국 정부는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건강 문제는 곧 경제적인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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