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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2시간 일하다 숨진 증권사 직원… 법원 "과로 따른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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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2시간 일하다 숨진 증권사 직원… 법원 "과로 따른 업무상 재해"

입력
2022.09.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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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근무시간, 과로 판단 절대적 기준 아냐"
"근무환경과 방식, 거래실적 따라 판단해야"

서울행정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행정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미치지 못하게 근무했더라도 과로에 의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정상규)는 증권사 직원 A씨의 아내와 미성년 아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증권사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10월 12일 오후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잠을 자던 중 경련과 구토를 동반한 오른쪽 팔다리 마비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 발견돼 시술을 받았지만,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유족들은 A씨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며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A씨가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보다 적게 일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유족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증권사 업무 속성상 거래 실적에 따라 고객과 회사 양측에서 항의와 질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거래 실적이 거의 없어 1,200~1,500원 정도의 성과급을 받다가, 같은 해 7월부터 거래량이 폭주해 7월에 164만 원, 8월에 282만 원, 9월에 458만 원, 10월에 399만 원의 성과급을 받는 등 사망 전 4개월 동안 업무량이 크게 증가했다.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휴대폰으로 증권거래 업무를 계속하다가 2차 뇌출혈이 발생한 만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A씨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부지점장으로서 퇴근 이후에도 전화로 업무를 수시로 한 점 △사망 전 4개월간 성과급이 급증한 추이로 봐 업무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고객 민원과 실적문제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행정규칙에서 정하는 업무시간에 관한 기준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며 "A씨의 근무환경과 방식, 거래실적 증가 추이 등을 비롯한 뇌출혈 발병 전후 사정들을 고려했을 때, 질병과 A씨의 업무상 스트레스와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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