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PET 소재로 현수막 원단 제작 납품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독성물질 모두 '미검출'
"소각 대신 생분해 매립시설 등 환경 조성필요"
대구의 한 섬유업체가 생분해 속도가 기존 제품보다 최대 250배 빠른 소재로 현수막 원단을 공급하면서 전국의 현수막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현수막은 공식 지정게시대는 물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도심을 뒤덮고 있는데도 일회성으로 사용된 후 소각되면서 환경오염과 자원낭비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HS한솔에 따르면 이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빠르게 분해되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원사를 공급받아 현수막 원단을 제작, 제작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 소재로 제작한 현수막은 최소 2, 3년이면 완전 분해돼 500년이 넘게 걸리는 일반현수막에 비하면 최대 250배나 분해속도가 빠르다. 사용수명도 일반 현수막의 절반 수준인 최대 10년이다.
대구도심의 현수막 지정게시대는 모두 485곳으로 이 가운데 99곳은 현수막을 1, 2개씩, 나머지는 5개 정도 내걸 수 있다. 게시 기간은 15일 이내로 현수막의 사용기간은 기껏해야 2주 정도다. 공연안내 등을 위한 가로등현수기도 가로 0.7m 세로 2m 규격으로 주요도로 곳곳에 붙어 있으며 게시기간은 현수막과 같다.
선거 때는 더 극심한 현수막 전쟁이 벌어진다. 후보자들은 해당 선거구 행정동의 2배만큼 현수막을 달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3,265개, 대선과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4,560개 등 최근 3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후보자들이 대구 도심에 붙인 길거리 현수막은 모두 9,199개에 이른다.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로 5m 세로 0.9m 기준으로 볼 때 면적만 4만1,395㎡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4만2,509㎡)을 덮을 분량이다. 업계에서는 자치단체가 집계한 수치도 전체 현수막 중 일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대선과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몇몇 후보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현수막을 게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친환경 현수막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인쇄비나 제작비는 변동이 없고 일반 현수막 하나에 원단비용만 1만 원만 추가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섬유패션, 소비재 등 종합시험인증기관인 FITI시험연구원의 시험 결과 이 원단에서는 카드뮴과 납 등 8가지 잔류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았고 섭씨 190도에도 형태를 유지했다. 또 지난 5월 한국분석시험원의 시험 결과 크기 20㎛ 이하 미세플라스틱도 검출되지 않아 PET가 분해되면 미세플라스틱이 남는다는 의혹도 해소됐다.
이오희 HS한솔 대표이사는 "생분해전용 매립시설을 만들어야 친환경 소재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며 "산업통상자원부도 최근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 활성화를 발표하면서 인프라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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