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스히폴 공항 대기에만 4시간 걸려
7월부터 보안검색 간소화 나섰지만 역부족
인천공항은 유럽과 달리 인력 감축 안 해
지난 19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남서쪽 스히폴국제공항 출국장. 탑승권을 발급 받고 수하물을 부치기 위해 대기 중인 승객들이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탑승수속대)부터 건물 밖까지 줄지어 있었다. 보안검색대 앞도 차례를 기다리는 출국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체크인 카운터에 있던 한 네덜란드 승객은 "평소 출국까지 2시간이면 충분했는데 최근 4시간까지 길어졌다"며 "보안검색과 수하물을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해진 여파"라고 말했다.
스히폴 공항 민원만 2,000여 건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던 유럽 공항들이 공항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수요가 회복되는 추세에 맞춰 제때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히폴 공항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된 지난 여름휴가철 스히폴 공항 이용객들은 비행기를 놓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일상이 됐다. 공항에서 만난 한 한국 교민은 "최근 딸이 스히폴 공항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했는데 다른 승객을 기다리다가 2시간 20분이나 출발이 늦어졌다"며 "다른 나라 비행기들은 승객을 기다려주는 시간이 짧아 좌석이 빈 채로 출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 교민도 "남편이 최근 한국에 들어가려다 비행기를 놓쳤다"며 "공항에 출발 시간보다 5시간 정도 일찍 왔다"고 말했다.
수속 시간 등이 길어지면서 승객들의 정상적 이용이 어려워지자, 스히폴 공항 측은 지난 7월 이후 공항 수용 인원(승객 수)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또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 검사하는 등 보안검색 간소화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두 달이 지나도 여전히 항공기 미탑승객이 속출하고, 수하물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스히폴 공항 측은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비행기를 놓치거나 장시간 대기 등에 따른 승객 민원이 2,000여 건 집계됐다고 밝혔으나, 실제 미탑승 등의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승객들의 평균 대기 시간도 공항 측은 20~50분 정도라고 설명했으나, 현장에서 만난 승객들의 체감 대기시간은 평균 2~4시간 수준이었다. 식·음료 매장에서도 일할 사람이 없어 문을 닫거나 정해진 날에만 운영하고 있다. 공항 내 식당에서 파는 샌드위치 1개 가격이 8.5유로(1만1,800원)로 뛴 것도 인력난 때문이다.
유럽 다른 공항들도 비슷한 상황
다른 유럽 공항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영국 런던 히스로(히드로) 공항과 개트윅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등도 인력 부족으로 항공기 지연 사태가 일상이 되고 있다. 이에 히스로 공항과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스히폴 공항처럼 승객 수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유럽 공항과 항공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19만1,000명 정도의 인력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히폴 공항 관계자는 "비행기를 놓친 승객에게는 돈으로 보상을 해주고 있고, 승객 수제한 조치를 취한 7월 이후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당장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 없는 상태인데,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해고된 공항 인력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은퇴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일일 승객 수는 6만2,939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30% 수준까지 회복한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일부 상업시설에서만 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유럽 공항들과 달리 보안검색 등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고, 이미 체크인 카운터와 여객편의시설 등 주요 시설을 코로나19 이전 대비 70~80% 수준까지 정상화했다"며 "비중이 큰 중국과 일본 노선(2019년 기준 35.8%)이 정상화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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