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 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21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와 인상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클로드 모네를 비롯해 호안 미로, 폴 고갱, 카미유 피사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까지. 서양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예술가 8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가 열렸다. 이들이 거닐던 ‘벨 에포크’ 시대의 프랑스 파리를 원형 전시실로 끌어들인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21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국현) 과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선 2020년 작고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현에 기증한 작품 1,448점 가운데 고갱, 달리, 르누아르, 모네, 미로, 샤갈, 피사로의 회화 7점과 피카소의 도자 90점을 선보인다. 모네의 그림을 제외하면 이건희컬렉션으로선 처음 공개되는 해외 작품들이다. 어스름이 깔린 파리의 밤거리처럼 어둑하게 꾸며진 원형 전시장의 벽면을 따라서 회화들이 배치됐고 그 안쪽으로 피카소의 도자가 진열됐다. 이들 화가들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던 파리에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만큼, 그들의 관계가 나타나도록 동선을 만든 것이다. 전시장에는 1억 원을 들여 설치한 특수 조명이 관람객을 따라서 은은한 불을 밝혔다가 어두워진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 작품은 폴 고갱의 1875년작 ‘센강 변의 크레인’이다. 그는 증권거래소 직원으로 일하다가 피사로의 도움으로 화가로 변신했다. 초기작이지만 물결 표현에서 인상주의의 영향이 엿보인다. 옆으로 걸음을 옮기면 모네, 르누아르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인상주의 물결에 몸을 맡겼던 피사로의 ‘퐁투아즈의 곡물 시장’(1893년)이 나타난다. 피사로는 마지막 인상주의 전시회가 열렸던 1886년 이후에도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신인상주의 미술 운동에 동참했는데 그 영향으로 점묘 기법이 나타난 작품이다. 피사로 자신이 고갱과 반 고흐, 앙리 마티스 등 차세대 화가들의 탄생에 도움을 준 스승이기도 하다.
이밖에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1917~1918년작)부터 미로의 ‘회화’(1953년작) 샤갈의 ‘결혼 꽃다발’(1977~1978년작)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년작)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4월 기증 1주년 기념전에서 공개됐던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년작)도 이번 전시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모네를 대표하는 연작 중 한 점으로 비슷한 작품이 수년 전 크리스티 경매에서 400억 원대에 거래됐다. 하늘과 구름이 비치고 수련이 뜬 연못을 평면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밝은 색채를 사용한 인상주의 회화답게 어두운 전시장에서 밝게 빛나는 듯 보인다. 이 작품에서는 인물이나 풍경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대신 평면적으로 묘사해 결과적으로 대상을 추상화하려는 20세기 초 현대미술의 경향이 잘 드러난다.
피카소 도자들을 회화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점도 이번 전시의 즐거움이다. 르누아르의 작품 주변에는 여성들을 묘사한 도자, 달리의 작품 앞에는 말이 담긴 도자가 놓여 있는 식이다. 피카소는 1940년대 말 프랑스 발로리스 지역에 체류하면서 마두라 공방과 함께 도자들을 제작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서양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국내에서도 편히 관람하고 이건희컬렉션의 미술사적 가치도 알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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