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운영자, 동물학대 혐의 처벌 처음
노랑아나콘다 등 멸종위기종 불법 사육도
법원 "피해 정도 감안 땐 사안 가볍지 않아"
병에 걸린 낙타를 방치해 죽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의 한 동물원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동물원 운영자가 동물 학대 혐의로 형사처벌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 김옥희 판사는 20일 동물보호법과 야생생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구 모 동물원의 실질적 운영자 A(50)에게 징역 1년과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동물원 운영회사에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월 하순쯤 직원으로부터 “단봉낙타 발에 혹이 생겨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낙타는 결국 그해 2월 7일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죽었다.
A씨는 환경부에 등록 없이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을 키운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2019년 7월 3일쯤 동물원에서 일본원숭이와 긴팔원숭이, 그린이구아나, 왕뱀, 미얀마왕뱀, 그물무늬왕뱀, 설카타육지거북, 노랑아나콘다 등 멸종위기종 8종을 사육했다. 멸종위기종은 적정한 시설을 갖추고 환경부 장관에게 사육 등록을 해야 한다.
A씨는 2020년 6월 7일부터 같은 해 10월 22일까지 16차례에 걸쳐 다른 동물원에서 자신의 동물원으로 노랑아나콘다 등 멸종위기종과 생물종을 옮겼으나, 개체수 목록 변경 내역에 기록하지 않았고 사체 관리 기록도 하지 않았다.
김옥희 판사는 “피해를 입은 동물의 수와 피해 정도에 비춰 사안이 가볍진 않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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