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 20대들 합숙시키며 명의 이용 대출
지적 수준 초등학생 정도인 여성도 피해
"실사 안하고 대출정보 공유 않는 점 악용"
부산에서 20대 무직자들 명의로 수십억 원대 전세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48명을 적발한 뒤, 주범인 40대 A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구속된 4명 중 A씨는 부산의 제2금융기관 대출 담당 간부로 신용등급 조회, 범행 준비자금 지원 등 범행 전반을 주도했다. 나머지 3명은 시행사 관계자, 공인중개사, 성인 가출팸 관리자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2020년 1월부터 최근까지 직업이 없는 20대 명의를 이용해 시중 은행 여러 곳에서 전세자금 등 50억 원 상당의 대출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세자금 대출 때 은행이 현장실사를 꼼꼼히 하지 않고, 금융기관 간에 대출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같은 건물 세입자를 바꿔 전세자금을 여러 차례 대출 받거나 임대계약서를 위조해 대출 받는 수법을 이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적발 당시 무직인 20대 10여 명을 오피스텔에 합숙시켜 관리하면서 대출 명의자로 이용했다. 합숙자 중에는 지적 수준이 초등학생 정도인 20대 여성도 있었다. A씨 일당은 이 여성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유흥비로 탕진하고, 피해 여성 부모가 가입해둔 보험을 담보로 2,000만 원을 대출 받은 후 보험을 해지해 해지환급금까지 챙겼다.
경찰은 A씨 일당이 갖고 있던 12억 원 상당의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 범죄수익금에 대해 법원에 기소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4건의 인용 결정을 받았고, 추가로 3건을 진행 중이다. 기소전 추징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추징 대상인 불법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 결정이다.
경찰은 “전세 사기와 관련한 기소전 추징보전은 전국에서 처음”이라며 “대출실행 이전 단계에서도 금융기관 간에 공동주택의 호실별 대출 정보를 공유·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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