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에도 개인정보 유출 걱정에 떠는 '스토킹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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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중에도 개인정보 유출 걱정에 떠는 '스토킹 피해자들'

입력
2022.09.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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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수사·재판 과정서 피해자 정보 유출
스토킹 가해자 65% 면식범... 보완책 절실
"피해 조사 때부터 인적사항 기재 말아야"

18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외벽에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다. 최주연 기자

여성 A씨는 지난여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속 만나자며 괴롭힌 남성을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잠정조치’ 1호(서면 경고)와 3호(전기통신 접근금지)를 신청하려 하자, 경찰은 “법원이 잠정조치를 승인하면 가해자에게 통지서가 배송되는데 그 과정에서 집주소가 노출되는 일이 가끔 있다”고 했다. A씨를 걱정해 한 말이었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그는 불안하기만 하다. A씨는 21일 “만에 하나 실수로 내 정보를 가해자가 알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떨린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정보보호 외면하는 스토킹 수사

스토킹 사건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요청해 받아갔다는 피해자 진술조서.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란이 포스트잇으로 허술하게 가려져 있다. 피해자 제공

20대 여성 역무원이 무참히 살해된 ‘신당역 사건’은 새로운 범죄가 아니다. 최근 비슷한 스토킹 피해로 목숨을 잃은 여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신상이 공개된 강력범 14명 중 절반(7명)이 교제 범죄로 사람을 죽인 이들이다. 스토킹은 피해자 개인정보를 얻는 일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정보 유출을 막을 제도적 보완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잠정조치 신청 단계는 물론, 수사ㆍ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 인적사항이 노출되는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피의자는 수사 및 재판 관련 당사자라 사건 정보열람 권한이 피해자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편”이라며 “수많은 서류를 피의자에게 전달할 때 개인정보를 포스트잇만 붙여 가린 채 복사하라고 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주소 등 정보가 공개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피해를 수사기관에 신고해 재판 중인 여성 B씨도 얼마 전 피의자가 자신의 사건 기록을 열람했다는 얘기를 듣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느냐”면서 “주소 등 정보 보호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가 면식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단서 하나로도 가해자가 피해자 단서를 찾아내기 쉬운 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1 여성폭력피해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스토킹 피해 행위별 가해자 중 전 연인, 친구, 직장 구성원 등 알고 있는 사람이 65.1%에 달했다.

스토킹처벌법에 '비밀누설 처벌' 명시해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이송되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때문에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관련법 개정이 필수다. 성폭력처벌법ㆍ청소년성보호법ㆍ가정폭력처벌법ㆍ아동학대처벌법처럼 스토킹처벌법에도 피해자 신원과 사생활을 공개하면 제재한다는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나 법원 등 관련 당국이 앞장서 피해자 정보 보호를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가령 성범죄 피해자는 신고를 할 때 당사자가 원하면 인적사항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가명을 쓸 수 있고, 신원정보 카드도 따로 관리되는데 스토킹 범죄에도 이런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 김 부연구위원은 “일단 개인정보를 기재한 뒤 나중에 가리기보다 처음부터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피해자 정보가 엄격히 보호되면 스토킹 신고율이 높아져 범죄 발생 감소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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