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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1년 월세 공짜" 파격 조건에도... 행복주택은 빈집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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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 "1년 월세 공짜" 파격 조건에도... 행복주택은 빈집 그대로

입력
2022.09.21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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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대부분은 원룸형 임대주택
좁은 주거 면적 때문에 외면

양산 물금 행복주택 조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 캡처

양산 물금 행복주택 조감도. 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 캡처

2018년 경남 양산시 물금읍에 들어선 900가구 규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주택(아파트)은 올해로 입주 4년 차인 새 아파트지만 여전히 200여 가구는 공실이다. 행복주택은 정부가 LH를 통해 직접 지어 공급하는 공공임대 브랜드 중 하나로 청년·신혼부부와 같은 젊은 층에 전체 물량의 80%가 배정된다.

젊은 층을 겨냥한 임대아파트라 행복주택은 도심 내 짓는 게 원칙. 이 아파트도 부산대 양산캠퍼스와 지하철 2호선이 가까워 입지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런데도 무주택 청년들이 이 아파트를 외면하는 건 좁은 면적 때문이란 게 LH의 설명이다. 이 아파트는 900가구 중 63%인 570가구가 전용면적 17㎡·26㎡짜리 원룸이다. 그중에서도 면적이 가장 좁은 17㎡가 404가구(230가구 공실)로 가장 많다.

LH는 최근 최악의 공실률을 해소하기 위해 그간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파격 대책을 꺼내들었다. 입주 후 1년간 월세(월 임대료 5만5,000원) 면제 혜택을 내건 데 이어 유주택자라도 양산에만 집이 없으면 입주할 수 있게 입주자격까지 대폭 낮춘 것이다. 이런 파격 조건을 내걸고 7월 10번째 추가 모집을 진행했지만, 결국 모집 가구(230가구)의 3분의 1(65명 신청)도 채우지 못했다. 수요자 선호도와 관계없이 무작정 원룸 아파트만 늘리는 기계적 공급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신규 임대아파트도 빈집 수두룩

임대주택 장기 미임대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임대주택 장기 미임대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매년 7만 가구 규모로 신규 공공임대주택(건설 기준)을 공급하고 있지만 정작 위 사례처럼 장기간 빈집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무리 임대주택이라 해도 수요자들의 주거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런 수요자 선호도와 관계없이 전용 40m² 미만의 작은 집만 대거 짓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새 아파트는 인기지만 행복주택은 정반대다. 지난해 입주자를 모집한 행복주택은 총 1만5,000여 가구. 이 중 2,389가구(15.7%·국회예산정책처 분석 자료)는 지금까지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영구임대주택의 장기 미임대(2,370가구 공급·미임대 391가구) 비율도 16.5%에 달한다. 전용 26㎡ 이하의 원룸 위주로만 공급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게 예산처의 분석이다.

2019년 입주한 경남 김해시 율하2지구 행복주택(1,200가구)도 최근 3분의 1 수준인 435가구를 재모집했다. 이 단지 역시 원룸 아파트가 골칫덩이였다. LH는 435가구 중 300가구인 전용 16㎡ 원룸에 한해 1년 임대료 면제 혜택을 내걸었다.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전용 17㎡ 행복주택 조감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전용 17㎡ 행복주택 조감도

입지 끝판왕으로 통하는 서울 수서역세권(강남구 자곡로) 행복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인데, 전체 830가구 중 366가구가 미달이라 최근 재청약에 들어갔다. 미달된 366가구 중 205가구가 전용 14㎡·26㎡ 원룸이다. 한 20대 직장인은 "사회초년생은 그나마 14㎡ 아파트만 청약할 수 있는데 대학 때 살던 하숙방보다 좁다"며 "임대주택 이미지에 딱 맞는 집이라 싸도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고 했다.

"빈집 해결하려 입주자격 완화 부적절" 비판

그런데도 정부가 올 하반기 공급하는 행복주택 1만5,616가구 중 21%가 전용 26㎡ 규모의 원룸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주택에 견줘 경쟁력이 한참 떨어져 역시나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을 거란 분석이 크다.

6개월 이상 된 빈집이 주택 재고의 2% 이상이면 공실에 따른 임대료 손실 등으로 LH도 타격을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임대 유형별 장기 미임대 비율을 보면 행복주택(8.7%), 영구임대(3.8%), 국민임대(2.5%) 등 모두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더구나 대규모 미달 뒤 LH가 공실을 해결하기 위해 자격 요건을 대거 완화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대주택은 사회취약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이 목적인데, 결국 정부가 제대로 짓지 못한 탓에 엉뚱한 이들이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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