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전국경제인연합회
커뮤니케이션본부장
한국경제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당초 전망치인 2.5%보다 0.1%p 낮은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심해졌고, 한국경제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미국 등 주요국이 물가 상승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세계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늘어난 가계 및 정부 부채는 금리 인상 국면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금의 백난지중을 타개하려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전 세계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가장 빠르고 슬기롭게 이겨내는 길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노력은 물론 정부와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저성장 등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기업들은 과도한 비용지출을 줄이고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만큼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이후 첫 현장경영으로 기흥 반도체사업장 R&D 착공식에 참석한 것이 이를 시사하는 장면이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편입된 신규 계열사의 약 1/4이 신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위기의 순간에도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원동력이자 위기 이후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비결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국내외 기업이 한국으로 모여들어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업의 혁신 생태계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은 탈규제와 우수한 기업환경을 찾아나서는 것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이후, 일본의 반도체 소재기업들이 자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한국, 대만 등에 직접투자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법인세 인하, 신산업·신기술 투자 인센티브 등을 통해 기업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최근 법인세율 인하와 과표 조정,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국회도 이번 세제개편안의 원활한 입법을 위해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
끝으로 우리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기업들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투자와 고용은 물론, 사회공헌활동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207개사가 지난해 협력사·임직원·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나눈 경제기여액은 약 1,300조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GDP의 절반을 훌쩍 넘는(63.2%) 수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해 있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의 책임을 기업에게 돌리거나 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기업에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반면 스위스, 이스라엘 등 주요 강소국들은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기업을 존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많은 청년들이 혁신기업 창업에 도전하는 배경이다. 우리 사회에도 기업을 존중하는 문화가 널리 확산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창업이나 민간기업 취업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매번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경제를 지탱해 온 원동력은 결국 기업의 창의와 혁신 노력이었다. 이번 ‘2022년 하반기 대한민국 베스트 신상품 대상’에 이름을 올린 기업과 제품들 역시 이번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와 국민들도 한목소리로 우리 기업을 응원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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