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직접 야자수 기르고 열대 식물 씨 뿌려 재배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 촬영 난관 고육지책
'작은 아씨들' 제2의 주인공은 '유령 난초'
"난초마다 피는 꽃 달라" 실크에 직접 색 입혀 제작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에도 불구하고 제작 현장은 지난 2년여 동안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혀 해외 촬영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미뤄졌다. 극의 주 배경이 외국인 드라마와 영화가 직격탄을 맞았다.
직접 나가 이국적인 풍경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현지의 식생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아 제작 파행을 막는 게 제작진의 가장 큰 숙제였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 자메이카 등 14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14일·플릭스패트롤 기준)를 달리고 있는 '수리남'은 어떻게 제작됐을까. 남미의 실존 국가를 배경으로 한 '수리남'은 팬데믹으로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계획됐던 촬영이 무산돼 상당 분량을 제주에서 찍었다. 제작진은 촬영지로 낙점한 곳에 직접 야자수를 심고 열대 식물 씨를 뿌렸다. 남미 식생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15일 서울 삼청동 소재 카페에서 만난 윤종빈 감독은 "코로나 때문에 초반엔 스태프를 해산하고 해외 촬영 방법이 보이지 않아 너무 절망적이었다"며 "극 후반 브라질 국경 인근 밀림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장면이 중요한데, '아 이건 정말 답이 없겠다'고 낙담하고 있을 때 우연히 제주에 야자수 농장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 직접 열대 식물을 길러 촬영했다"고 말했다. '농부'가 된 제작진은 제주의 다른 곳에도 열대 식물을 심어 목사를 가장한 마약왕 전요한(황정민)의 저택 주변 지대로 활용했다. 2018년 가을부터 기획된 '수리남'이 4년여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도 식생과 관련한 제작진의 노고가 숨어있다. 이 드라마에서 제2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소재가 '푸른 난초'다. 극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화영(추자현)의 발목엔 이 꽃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고, 살인 현장에서 매번 이 꽃이 등장한다. 드라마의 미스터리는 이 난초를 연료로 굴러간다.
정식 꽃명은 에피포기움 아필룸. 멸종 위기종인 이 난초는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 난초마다 피는 꽃이 달라 '유령 난초'라고 불린다. 제작진에 따르면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이 난초는 에피포기움 아필룸을 모티프로 만든 인공의 꽃이다. 생화가 아니라 실크와 클레이(점토)에 직접 염색해 꽃잎에 푸른색을 냈다. 꽃술도 일일이 손으로 만들었다. 극에서 재벌가의 딸인 원상아(엄지원)는 이 꽃 나무를 불법으로 기른다. 나무에 달린 300여 송이의 꽃을 만들기 위해 꼬박 두 달이 소요됐다. 제작진은 "꽃의 모양과 효능을 새롭게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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