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핵심 장비 수입 직격탄
국내 전기·가스 요금 인상될 수도
올겨울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재고가 예년 평균을 밑도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까지 맞물리면, 국내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 경제의 가스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광범위한 생산 차질이 지속되면 국내 산업에는 에너지 시장의 수급 불안, 주력 산업의 생산차질 및 원가 상승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겨울철 러시아의 대(對)유럽 가스 공급 전면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EU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4%를 천연가스에 의존하는데, 사용량의 36%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EU 내에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조선·반도체·자동차 같은 우리 주력 산업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들을 유럽 국가에서 수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반도체의 경우 핵심 반도체 제조용 장비인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세계 유일 생산 업체인 네덜란드 ASML에서 전량 수입해 쓴다.
국내 에너지 수급도 불안해져 전기요금 등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 LNG 재고가 예년 평균 수준을 상당 폭 밑도는 상황에서 향후 수입 여건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관련 공기업 등 수익성 악화 및 전기·가스 요금의 추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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