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강인구' 역 하정우
"마약 글로벌한 소재지만, 홍어 목사 유도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지점"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강인구'는 상반된 두 얼굴을 지녔다. 전셋값과 자녀 성적을 걱정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적당히 위법도 저지르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얼굴. 또 하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국정원과 마약 조직이 대립하는 거대한 판 속으로 뛰어드는 비범한 얼굴. 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건 온전히 배우, 하정우(44)의 몫이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전직 형사나 전직 특수부대 대원도 아닌데 아무리 유도를 했다고 해도 일반 수산업자가 카체이싱을 하니까 저 역시도 연기를 하면서 강인구의 능력에 대해 엄청난 궁금증에 부딪혔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영화적 캐릭터의 허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무책임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래도 영화가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으로, 한국 콘텐츠의 흥행 판단 지표는 더 이상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수리남' 공개 전부터 마약왕을 소재로 한 또 다른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를 뛰어넘을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배우와 제작진에겐 기회이자 부담이다.
하정우는 "마약은 글로벌한 소재지만 (드라마 속) 홍어, 목사, 유도 같은 문화는 (해외 시청자가) 로컬하게, 다르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인이 중남미 국가에 들어가서 엄청난 패밀리 비즈니스인 마약 사업에 성공하고, 또 수산업자가 얼렁뚱땅 거기에 언더커버로 들어간다는 설정 자체가 다른 나라 시청자들이 봤을 때 독특하고 재미있는 지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인터뷰 당일은 마침 에미상의 낭보가 전해진 날이었다. 하정우는 "'오징어 게임' 같은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오늘 여기 오면서 기사 속 (이)정재 형이나 황 감독님 사진에 저희 팀의 얼굴을 겹쳐 봤다"고 웃었다.
'수리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하정우가 8년 전, 영화사를 떠돌던 15페이지 분량의 시놉시스를 먼저 접하고 윤종빈 감독에게 전달했다. 윤 감독이 처음엔 "영화로 만들기에 길다"며 거절했으나 몇 년 뒤 "시리즈로 만들면 가능하겠다"고 마음을 돌려 작업이 시작됐다. 둘은 윤 감독의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작품인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윤종빈 감독은 누구보다도 저를 많이 찍어본 사람이고 제 찐웃음, 진짜 빡친 표정, 이런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면 당장 '형, 이거 어색한데' 이래요. 지문과 대사도 리얼하게 나오게끔 잘 써주는 반면에 제 진짜 모습을 알기 때문에 기준이 너무 높아서 생기는 고충도 있죠."
외국을 배경으로 한 마약왕 이야기인 만큼, 촬영 장소부터 예사롭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극중 강인구가 수감됐던 교도소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실제 교도소에서 찍었다. 해당 교도소의 재소자 중 모범수 수백 명도 동원됐다. 하정우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갈 때 양쪽에서 환호성과 욕설이 들리는데, 진짜 살벌했다. 고개를 돌릴 수 없을 정도로 기운 자체가 달랐다"고 회상했다.
'수리남'은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2년 만의 복귀작이다. 그는 지난해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인터뷰 시작 전 그는 "많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배우 하정우를 떠나서 김성훈이라는 사람으로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계속 걷고 성경을 필사하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봤다"고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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