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쇼크 여진... 환율 17.3원 급등
증시도 초토화... 亞증시 줄줄이 약세
현지에선 "9월 연준 1%p 인상"에 무게
14일 원·달러 환율이 1,390원마저 넘어서며 1,400원 턱밑까지 위협했다. 경제 위기 수준으로 간주되는 1,300원대를 뚫은 지 석 달 만에 100원 가까이 폭등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쉽게 누그러지지 않자 이달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재차 고강도 긴축에 나설 거라는 전망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초토화한 영향을 반영한 결과다.
1400원 턱밑... 세계 증시 줄줄이 하락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3원 오른 1,390.9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장 초반부터 빠른 속도로 고점을 높이더니 장중 한때 1,395.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긴축 공포가 현실화하며 6월 23일 1,300원을 뚫더니 석 달도 채 안 돼 100원 가까이 치솟았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 공포가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강하게 짓눌렀다. 13일 미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3% 올랐다고 발표했는데, 전월(8.5%)보다 소폭 꺾였지만 시장 전망치(8.1%)를 웃돌았다. 앞서 연준의 잇단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도 물가가 여전히 8%대를 유지하자 뉴욕 증시에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패닉셀링(공황 매도)' 장세가 연출됐다. 특히 나스닥은 5.16% 폭락하며 코로나 충격에 휩싸였던 2020년 6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1.56%, 1.74%씩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중 3% 가까이 급락해 2,400선을 내줬지만, 나 홀로 3,900억 원어치를 사들인 개인투자자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줄이며 2,411.42로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였다. 일본 닛케이225가 2.78% 하락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2% 약세를 나타냈다.
"9월 울트라 스텝 예상" 34%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 연준이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강력한 긴축의 칼을 빼 들 가능성은 더 커졌다. CPI 발표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엔 이달 연준이 금리를 무려 1%포인트 인상할 거란 이른바 울트라 스텝 전망(34%)이 새로 등장했다.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66%)이 여전히 높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도 물가 안정에 사활을 건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무라는 "이달 연준이 울트라 스텝에 나설 것"이라며 종전 자이언트 스텝 전망을 수정했다. 그러면서 내년 2월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4.5~4.7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CPI 보고서가 미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확인시켰다"며 "(내가 연준 위원이라면) 강한 신뢰를 위해 9월 1%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 압력을 끊어내기 위해 내년까지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지에선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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