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학내 성폭력 폭로가 불거져 해임됐다가 법정공방 끝에 최근 복직한 이화여대 교수의 2학기 강의가 폐강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면죄부는 받았지만, 교수의 성비위 전력을 우려한 학생들이 집단 ‘보이콧’ 방식으로 강의를 불허한 것이다.
14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조형예술학부 A 교수가 2학기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설한 ‘조형(정원 20명)’, ‘금속조기법(15명)’ 수업에 단 한 명도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 두 차례(13일)에 걸쳐 접수를 받았으나 강의를 듣겠다는 학생은 전무했다. 이대는 ‘수강생 10명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학부 강의가 폐강된다.
A 교수는 ‘미투(Me tooㆍ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거셌던 2018년 3월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 교수가 종아리를 주무르는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한 졸업생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 이후 “술자리에 참석한 지인들이 제자를 성추행하는데도 묵인했다” 등 그를 둘러싼 성폭력 폭로가 줄을 이었다. 조사에 착수한 이대 성희롱심의위원회는 2008~2017년 A 교수가 직접 성희롱하거나, 성희롱을 방조한 횟수가 12차례에 이른다는 결과를 내놓고 대학 측에 파면을 권고했다.
이대는 그해 6월 해임 결정을 내렸지만 그는 불복하고 소송을 냈다. 쟁점은 ①A 교수가 2015년 본인 생일파티에서 제자에게 한 지인의 성희롱 발언을 묵인했는지와 ②해임 처분이 적절한지에 모아졌다. 1심은 “징계 사유에 해당되나 해임은 과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학 측이 시효가 만료돼 징계사유로 삼지 못한 A 교수의 과거 성희롱 혐의는 사실로 봤다. 하지만 2심은 징계사유 자체도 인정할 수 없다며 A 교수의 손을 들어줬고, 올해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A 교수의 복귀 소식에 학내는 들끓었다.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폐강만이 답”, “다같이 보이콧하자” 등 강의 거부를 촉구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조소전공 3학년 B씨는 “A 교수 수업을 피하려다 학점 이수에 차질이 생겼지만 (강의 거부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학년 C씨도 “조소전공 수업은 교수와 학생 간 1대1 상호작용이 필수라 더 거부감이 컸다”고 했다. 조소전공 학생회 관계자는 “대학 측에 적어도 전공필수와 학생 상담 업무에서는 A 교수를 배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A 교수는 폐강 관련 입장을 묻자 “말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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