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특검 "군에선 아직 피해자 걱정보다 가해자 격려"[일문일답]

"은폐하면 처벌받는다는 경고 메시지"
"조직적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운데)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군에서 수사할 때 이렇게 은폐하면 처벌받게 된다는 경고 메시지가 될 겁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해 온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군 관계자 8명을 재판에 넘기며 10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안 특검은 “군에서는 아직 피해자를 격려하기보다는 가해자 걱정이 먼저”라고 지적한 뒤 “이 중사도 이런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특검팀과 취재진 간 일문일답.

공군20전투비행단 故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등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10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 중사가 15특수임무비행단 전입 이후에도 2차 가해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특검 수사로) 15비행단 관계자는 기소가 안 됐다.

"국방부 수사 단계에서 (2차 가해자들은) 이미 기소가 다 됐다. 국방부는 15비행단 쪽에서 2차 가해가 있다고 봐서 그런지 15비행단에서 기소가 많이 됐다."

-이 중사 사망 이후 가해자 불구속 수사 등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부분은 군 검사 등의 직무유기 때문이었다고 보면 되는 건가.

"피해자 분리가 대대장에 의해 제대로 되지 않아 상관들의 회유나 협박이 있었다. 그래서 대대장 잘못에 대해 다시 한 번 조사를 철저히 했고, 허위보고를 하면서까지 피해자 분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부분에 대해 기소를 하게 됐다."

-전익수 법무실장은 이 중사가 사망하기까지 초동수사에 관여한 게 없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군 경찰에 대해선 직무유기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20비행단 군사경찰 대부분을 조사했고,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군 검찰 역시 조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많았고, 특정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군 조직의 폐쇄성 때문이란 시각이 있었다.

"국방부 검찰단과 군 검사 수사 당시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고,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수사 결과를 보면, 결국 조직적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일탈이라는 식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

"형법적 공범 개념에서 조직적으로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하지만 수사하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다. 말이 추행이지 굉장히 심각한, 오랜 시간 고통스러운 피해였는데도 군에서는 여전히 피해자를 격려하기보다는 가해자 걱정이 먼저였다. 이 중사 역시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 때문에 시끄러워지는 것 아닌가' 걱정까지 하면서 죄책감을 가졌다. 왜 문제를 삼았느냐는 주변 사람들 시선이 고통스러웠고, 결국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야 했다. (새로운 곳에서도) 이 중사에 대해 누구 하나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이 중사를 벼랑 끝으로 보낸 것인데, 군대란 폐쇄적 조직에서는 (이런 것들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충분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중사도 이런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군대 내에서 다시는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대장, 대대장, 군 검사를 (이 같은) 군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서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