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100일 수사 결과... 1명 구속·7명 불구속 기소
대대장 등 직속상관 직무유기와 2차 가해 등 확인
"이 중사, 2차 가해 겪고 좌절감으로 극단적 선택"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이 중사에게 광범위한 2차 가해가 이뤄졌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직속상관들이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부대 내 2차 가해를 유발했으며, 허위사실을 퍼뜨려 이 중사를 궁지로 몰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게 특검팀 결론이다. 다만, 군이 조직적으로 이 중사 사건을 은폐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안미영 특검팀은 강제추행 사건 당시 이 중사가 소속된 제20전투비행단 대대장과 중대장, 군 검사, 가해자 장모 중사를 비롯해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 전익수 법무실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6월 출범 뒤 100일간 수사를 이어온 특검팀은 녹취록 조작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된 변호사를 포함해 사건 관련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이 중사의 직속상관인 김모(44) 대대장에게 지휘관 직무유기죄를 적용했다. 지난해 3월 성추행 사건 직후 가해자 분리지침을 어기고 부대 내 2차 가해를 유발한 혐의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이 중사와 함께 영내에 있으면서 동료들에게 "거짓으로 고소당했다"며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명예훼손)로 추가 기소됐다.
특검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로 인해) 모든 이가 가해자를 두둔하는 상황이 됐고, '너만 참으면 된다'는 회유나 협박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대대장은 공군본부에 '장 중사는 분리조치됐으며 군사경찰로부터 피해자 파견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허위보고를 하기도 했다.
2차 가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김모(29) 중대장은 이 중사가 전입하려는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좀 이상하고 별거 아닌 걸로 고소하려 한다'는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됐다. 안 특검은 "(그런 2차 가해로) 누구 하나 이 중사를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이 중사는 혼인신고하려 연가 신청한 것으로도 타박을 받았다.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우울증 등을 겪던 이 중사는 성고충 상담관을 통해 빠른 조사를 요청했지만 박모(29) 군검사는 이를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중사 심리 상태와 2차 가해 정황을 알고도 휴가 등을 이유로 조사 일정을 지연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공군본부의 수사지연 경위 보고 지시에 이 중사가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처럼 허위보고하고, 동기 법무관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 이 중사 글을 게시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비밀준수 위반 등)도 받는다.
특검팀은 이 중사의 사망 원인으로 지속적인 2차 가해를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심리부검 결과를 통해,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위험이 추행 사건 뒤 급격히 올라갔고, 다른 부대 전입 뒤 증상을 악화시키는 2차 가해를 겪자 좌절감으로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공군본부 공보담당 장교 정모(45)씨는 이 중사 사망 원인을 이 중사 부부 관계 문제로 돌리는 허위사실을 알려 2차 가해한 혐의(사자 명예훼손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이 중사가 남편과 사망 당일까지 관계가 좋았다는 사실을 이 중사 휴대폰 디지털 증거분석 자료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확인했다. 피해자 사망 뒤 여론 악화로 참모총장 해임이 거론되는 상황을 반전해 보겠다는 의도로 저지른 2차 가해라는 게 특검팀 결론이다. 정씨는 지난해 6월 3~7일 이 중사 선배 부사관이 이 중사와 통화한 녹음파일 2개를 기자 2명에게 넘기는 등 직무상 비밀인 수사 정보 등을 누설한 혐의도 받는다.
전익수 법무실장은 핵심 혐의인 '불구속 수사 지휘 등 초동수사 의혹' 혐의를 벗었다. 특검팀은 전 실장에게 군무원 양모(49)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군 검사에게 전화해 "영장이 잘못됐다"고 추궁한 혐의만 적용했다. 양씨는 장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과 심문 내용 등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초동 수사 의혹의 핵심 증거로 꼽힌 녹취록을 위조한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진 김모(35) 변호사는 법무관 시절 받은 징계로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미영 특검은 "성폭력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군대 내 그릇된 관행이 개선돼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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